중국 정부는 최근 공업정보화부 등 12개 유관 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업체난립과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주력산업을 선진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산업 구조조정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 업종에서 경쟁력 강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고질적인 제살깎기 단가인하 관행, 중복투자 등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고쳐나갈 것이라고 당국은 밝혔다.
이번에 중국이 선진화 대상으로 선정한 주력산업은 철강, 자동차, 시멘트, 조선, 전해 알루미늄, 희토류, 전자정보, 제약, 현대화 농업 등 9개 분야다.
이들 분야는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그동안 양적 팽창을 거듭하며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에 일등공신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들어 고질적인 공급과잉 문제, 세계시장에서의 낙후된 브랜드 이미지 등이 부각되며 중국경제의 질적 성장전환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같은 폐단을 고치기 위해 중국 당국은 국내적으로 업체 통폐합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해외 유망 선진기업 인수 등을 통해 주력산업별로 중국의 글로벌 대표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전자산업의 경우 오는 2015년까지 매출 160억달러가 넘는 기업을 5~8개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 2011년 기준으로 이 같은 요건에 부합하는 전자업체는 통신장비 회사인 화웨이와 PC회사인 레노보 등 2개사에 불과하다. 중국 당국은 글로벌 대표기업을 키우기 위해 유망업체에 대한 선별적인 정부 지원과 해외 선진업체 인수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및 선진 기술력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 당국은 중국개발은행을 통해 전자업체인 ZTE에 지난해 200억달러 규모의 자금지원을 단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ZTE는 뉴질랜드 전자업체인 피셔&페이켈을 인수했다. 이로써 ZTE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호주와 유럽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철강 분야에서도 중국은 2015년까지 업계 구조조정을 유도해 상위 10개 회사가 전체 철강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것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3~5개 회사를 육성하기로 했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2015년까지 상위 10개 회사가 전체 시장의 90%를 점유할 정도로 강도 높은 업계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업계 구조조정이 실제 청사진대로 이행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전에도 중국 정부는 업계 경쟁력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방정부의 반발, 업체 통폐합에 따른 대량실업 우려 등으로 차일피일 구조조정 작업이 지연돼왔다.
중앙정부는 중국 전체 산업의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긴박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장 경제성장을 위해 주요 산업의 업체를 키워나가야 하는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산업 구조조정이 업체 폐쇄를 의미하고 이는 경기불황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