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정조준 … 롯데·네슬레 '적과의 동침'

지분 50대 50 합작법인 설립

네슬레 뛰어난 제품기술력에 롯데 유통력 시너지 극대화

커피믹스 2위 탈환 노려



롯데그룹과 글로벌 식품 1위기업인 네슬레가 1조 2,000억원 규모의 국내 커피 믹스 시장 공략을 위해 손을 잡았다. 롯데그룹은 국내 네슬레 공장을 활용해 품질을 개선하고 네슬레 제품의 수출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게 되며, 네슬레는 부진한 국내 커피 믹스 시장에서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네슬레가 2년 전 남양유업에 빼앗긴 커피믹스 2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그룹의 종합식품회사 롯데푸드는 27일 한국네슬레의 유상증자에 500억원 규모로 참여, 50%의 한국네슬레 지분을 취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푸드의 출자에 따라 네슬레S.A가 100% 지분을 갖고 있던 한국네슬레는 롯데와 네슬레의 합작법인인 롯데네슬레코리아로 전환된다.


롯데푸드는 네슬레와 함께 현재 한국네슬레 청주공장에서 생산한 커피믹스 제품을 유통 및 판매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커피 이외에도 초콜릿 음료, 과일 분말 음료, 커피 크리머, 펫케어 제품 등 30여종의 제품을 공동 유통시킨다. 네슬레 청주공장도 양사가 함께 운영할 방침이다. 롯데푸드는 다만 현재 제조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의 '칸타타' 커피 믹스는 경기도 평택 포승 공장에서 계속 만들고 롯데칠성이 캔커피 등의 생산과 유통을 맡는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

관련기사



롯데와 네슬레가 손을 잡은 것은 커피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150조 규모의 거대 글로벌 식품 기업인 네슬레는 지난 1987년 '테이스터스 초이스'로 국내 커피 시장에 진출했지만 선발 주자인 동서식품에 크게 뒤지며 이름 값을 못해온 처지다. 더욱이 2010년 남양유업의 커피 시장 진출 이후 2012년에는 시장 3위로 하락했다. 지난해 '네스카페'로 브랜드를 통합하며 역전을 노렸지만 지난해 매출이 3,700억원 수준에 그치며 한국 시장 철수설까지 나도는 등 지난해 누적으로 점유율 3.7%대에 그치고 있다. 롯데 역시 롯데칠성을 통해 칸타타 브랜드로 커피믹스 사업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점유율이 1% 대에서 맴돌며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미미한 상태다.

롯데는 그러나 이번 합작을 통해 자사의 유통력과 네슬레의 제품기술력을 합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더욱이 국내 생산 네슬레 제품의 수출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영호 롯데푸드 대표는 "이번 합작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최상 품질의 커피를 제공할 것"이라며 "현재 청주 공장에서 생산된 커피믹스 등이 미국, 일본, 중국 등 전세계 30여개국에 수출되는 만큼 롯데푸드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래엠 토프트 한국네슬레 CEO는 "네스카페라는 글로벌 브랜드의 강점과 롯데의 유통·마케팅 노하우의 결합은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에 튼튼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동침이 커피믹스 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결국 2위인 20%를 놓고 다투는 싸움"이라며 "롯데네슬레코리아가 남양유업을 겨냥해 동일한 콘셉트의 제품을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적자인 네슬레 입장에서는 놀리고 있는 청주공장을 롯데가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익을 개선할 수 있고 롯데로서는 현재 단순한 수입 판매(포장 생산)를 국내 생산으로 전환해 품질 개선도 가능할 수 있어 윈윈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