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코스닥 조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이는 연기금의 중장기 투자 성격을 감안할 때 코스닥 바닥을 확인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해 이들의 매수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연기금은 지난달 27일 순매수로 전환한 이후 이달 22일까지 160억원 이상 사들였다. 순매수 규모가 작긴 하지만 올들어 연기금이 줄곧 매도 공세를 펴왔던 점을 감안하면 순매수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기금은 순매수 전환 이후 디스플레이, 인터넷, 휴대폰 부품 등의 분야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서정광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무엇보다 팔만큼 팔았기 때문에 다시 사들이는 것으로연기금은 이 정도 수준이 바닥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실제로도 지난 1월의 급락 이후 추가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최근 코스닥전용펀드를 설정한 것도 시장 급락 이후 좋은 기업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커졌기 때문 아니겠냐”며 “많이 판 만큼 매수할 자금도 충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연금이 아웃소싱 펀드를 평가할 때 코스닥 시장수익률을 잣대로 삼기로 한 점도 매수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다음달 1일부터 아웃소싱 펀드의 수익률 성과평가 기준(벤치마크)에 코스닥100지수를 편입한다. 코스닥전용펀드 위탁운용사인 한가람투자자문의 이종필 마케팅이사는 “그동안 코스닥에는 투자하지 않던 아웃소싱 펀드들이 코스닥100지수의 벤치마크 적용을 계기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시장은 워낙 조정을 받아 최근 제조업 종목 중에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5배가 안되는 종목도 많다”며 “절대 저평가 종목이 많은 만큼 연기금 펀드들이 수익률을 높이는 차원에서 코스닥 종목을 편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기금이 지난달 27일부터 현재까지 순매수한 종목들을 보면 액정화면(LCD) 등 디스플레이 부품주(디에스엘시디, 휴맥스, LG마이크론, SSCP), 인터넷주(CJ인터넷, NHN, 인터파크), 휴대폰 부품주(우주일렉트로, 한성엘컴텍) 등이 두드러진다. 인터넷주는 코스닥 시가총액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기본적으로 편입해야 되며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부품주들은 다른 업종에 비해 실적 전망이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1ㆍ4분기 실적이 나올 때까지 코스닥시장은 횡보할 것으로 보이지만 연기금이 사들이고 있는 종목들은 주가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들 종목을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