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가히 정보기술(IT)의 정점을 향하고 있다. 유선전화는 휴대전화로 상당부분 대체됐고 TV도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안방에서 손안으로 단번에 위치를 옮겼다. 이 같은 IT의 발전은 생활방식의 혁명적인 변화를 수반하고 있다.
그러나 IT의 진보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구심이 남는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기술 대부분이 지나치게 인프라 성격에 치우쳐 있고, 그것을 채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약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기술관련 논의를 건설업에 비유하자면 도로를 닦거나 택지를 조성하는 인프라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정작 삶의 질과 직결되는 교통이나 주거 같은 콘텐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것과 같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로ㆍ택지 등 기반시설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고품질의 교통과 주거환경을 ‘충분히’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콘텐츠는 삶의 질뿐 아니라 부가가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인프라는 수익률이 일정하지만 콘텐츠는 질에 따라 무한대에 가까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런 시대적 요구 때문에 인프라에 관련된 IT에 이어 콘텐츠를 다루는 문화기술(CTㆍCulture Technology)이 주목받고 있다. CT는 문화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기술로 문화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유통과 소비 등 가치사슬에 활용되는 모든 기술을 가리킨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현장감 높은 경복궁 세트를 제작하기 위해 3차원 입체영상인 ‘디지털 한양’이 활용된 것처럼 이제 CT는 고품질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자리잡았다.
정부도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이미 지난 2001년 CT를 ‘국가 6대 핵심기술’의 하나로 선정한 바 있고 과학기술부는 지난해 8월 ‘미래 국가유망기술 21’의 하나로 ‘감성형 문화콘텐츠기술’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아직 미약하다. 게임엔진이나 3차원 애니메이션 제작 툴과 같은 핵심기술의 해외 의존도가 아직 높고 연구개발(R&D) 예산규모도 충분하지 않다.
CT는 임계점에 도달한 첨단기술시장 영역을 거의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탕이 돼야 한국 문화콘텐츠의 수출도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문화콘텐츠 시대가 도래했다는 선언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 산업을 뒷받침할 CT는 아직 배가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