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국제음악제 내달 24일부터<br>정명화·경화 자매 예술감독 맡아 정경화는 6년만에 고국 무대에<br>모차르트·쇼팽 등 후기 작품 조명 세계적 연주자들의 공연도 만끽
| 정명화(왼쪽)·정경화 자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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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작품은 때론 영혼을 살아 숨쉬게 하는 빛이 되곤 한다. 오는 7월 24일부터 8월 13일까지 강원도 대관령 정상(알펜시아)에서는 예술가들이 빚어낸 빛을 담아갈 수 있는 제8회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열린다.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빛이 되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음악제는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자매가 처음으로 공동 예술감독을 맡았다. 특히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가 고국의 실내악 무대에 서는 것은 6년 만이다.
정명화ㆍ정경화 자매 감독은 이번 음악제의 주제에 대해 "얼마 남지 않은 생의 압박, 질병으로 인한 제약 등은 위대한 작곡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라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이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그들의 선택은 우리의 감각과 영혼에 결코 사라지지 않을 빛을 비추며 오랫동안 영감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년간 예술감독을 맡아왔던 강 효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에 이어 자매의 활약이 음악제의 색깔을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거장의 후기 작품 집중조명= 거장의 후기 작품들은 음악적 영감에 생의 깊이까지 더해진다. 이번 음악제에는 거장들의 후기 작품이 집중적으로 조명된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 '레퀴엠'과 슈베르트가 자신의 마지막 해에 작곡한 'C장조 오중주' 같은 기념비적 걸작과 멘델스존의 만년 작품 '현악 오중주 2번' 등이 연주된다. 특히 슈베르트의 오중주곡은 세기의 지휘자였던 레너드 번스타인이 만약 단 하나의 곡만 들어야 한다면 이 곡을 고르겠노라고 말한 곡이다. 또 질병에 시달렸던 쇼팽의 만년 작품인 '피아노를 위한 바카롤', '브람스의 만년 사색이 심오하게 녹아있는 '클라리넷 삼중주' 등 작곡가들이 비교적 길지 않은 생을 사는 동안 만들었던 음악은 어둠을 넘어 새벽을 기다리는 희망과 믿음을 표현할 것으로 보인다.
◇신ㆍ구 연주자의 조화=이번 음악제에는 세계 유명 연주자들이 실내악과 협주곡을 연주하는 저명 연주자 시리즈, 세계적 교수진이 일반인과 학생을 대상으로 펼치는 마스터 클래스, 예술계 리더가 음악에 관해 이야기하는 '음악가와의 대화', 신예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떠오르는 연주자 시리즈 등 총 55회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지난해 전회 매진을 기록한 저명 연주자 시리즈에는 정명화ㆍ정경화 자매의 연주를 비롯해 세계적인 클라리넷 연주자 리차드 스톨츠만, 바이올리니스트 토드 필립스, 피아니스트 세실 리카드 등 해외 아티스트가 무대에 선다. 또 더블베이스 연주자 성민제,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 피아니스트 손열음 등 국제적인 기량을 뽐내는 국내 아티스트가 거장의 빛을 전달할 예정이다.
◇대관령에서만 볼 수 있는 무대=작곡가 박영희는 유럽에서 '제2의 윤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5회와 6회 세계 작곡제에서 1등상을 수상했고 독일에서는 여성 최초로 작곡과 교수가 돼 독일 브레멘 국립예술대학교 작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음악제에 오를 그의 작품 '타령'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연주되는 작품이다. 유럽에 한국 전통의 소리와 정서를 알리고 있는 그의 작품세계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또 저명한 예술계의 리더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음악가와의 대화' 자리에는 세계적인 비올리스트이자 커티스 음악원 총장인 로베르토 디아즈가 참석한다.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함께 예술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