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약을 만들 당시 시장 여건과 현재 여건이 달라졌다”는 것을 손질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사실상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수정 작업에 들어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과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을 대신할 주거복지 카드로 철도부지 위에 짓는 행복주택을 들고 나왔다.
지금까지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주택이 도심과 떨어진 외곽에 지어졌다면 행복주택은 직주근접의 도심지역에 건설해 높은 임대료로 고통받고 있는 신혼부부·대학생 등 젊은 층의 주거난을 해소하겠다는 것이 당초 취지다.
국공유지인 철도부지에 임대주택을 건설하면 땅값이 들지 않는 이점이 있어 주변 시세의 30~40% 선인 싼 임대료로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행복주택은 첫 삽도 떠보지 못하고 모양이 달라지게 됐다.
이미 시범지구 지정부터 국공유지로 개념을 확대해 지난 5월 정부가 지정한 시범지구 7곳(목동·잠실·송파·공릉·안산·오류·가좌)에는 철도부지외에 잠실·송파·목동 등지의 유수지가 대거 포함됐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공급물량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자 정부는 2017년까지의 공급물량을 20만가구에서 14만가구로 축소하고 주거환경개선지구·뉴타운 부지 등 도시재생용지와 산업단지 등으로 대상 부지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 뿐만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SH공사 등이 보유한 보금자리주택지구 등 공공택지에도 행복주택을 짓기로 했다.
사업승인을 받아놓고 착공이 지연되고 있는 공공택지, LH 등 보유토지중 민간에게 매각할 부지도 행복주택부지로 전환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당초 행복주택의 본질에 부합하느냐에 대한 의문에 제기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택지개발지구, 도시재생 사업지구에 들어설 임대주택을 행복주택으로 ‘명찰’만 바꿔 단 것과 뭐가 다르냐”며 “산단·공기업 보유 택지지구에 신혼부부·대학생 등을 80% 이상 채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주근접 개념의 역세권 공공택지를 찾으려면 결국 보금자리주택지구 등이 활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보금자리주택·신도시 등의 정책 실패로 도입된 행복주택을 또 도심외곽 개발지역에 짓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주변 시세의 30~40%에 공급하기로 한 임대료 정책도 물건너갔다.
철도부지 위에 짓는 행복주택은 시공이 까다롭고 인공데크도 설치해야 해 공사비가 일반 택지지구의 공사비에다 땅값을 더한 금액보다 높다. 민주당 박수현 의원이 LH의 내부 자료를 통해 분석한 자료에는 철도부지인 오류·가좌지구의 행복주택 건설비가 3.3㎡당 1,700만원 수준에 이른다.
국토부는 공사비 과다 논란이 일자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지구계획을 수립중인 오류지구의 인공데크와 주민편의시설을 당초 주민 설명안보다 대폭 축소하면서 지자체와 주민 반발을 사고 있다.
유수지 역시 악취 제거·대지 보강 등의 추가 비용이 필요해 철도부지 못지 않은 공사비가 투입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이런 공사비 부담 등을 감안해 행복주택의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60~80% 선에서 책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과거 정부부터 공급하고 있는 일반 국민임대주택 수준의 임대료와 같다.
‘렌트푸어’ 대책으로 내놓은 목돈안드는 전세제도도 당초 공약에서 제시한 방식과는 멀어졌다.
정부는 공약에서 처음 발표한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의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을 더이상 지원하지 않고 은행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그러면서 제도 활성화를 위해 ‘당근’으로 제공했던 총부채상환비율(LTV)과 담보대출인정비율(DTI)에 대한 인센티브를 올해 말로 종료키로 해 사실상 상품 구성이 쉽지 않게 됐다.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은 집주인이 세입자를 대신해 자기 집을 담보로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세입자의 금리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집주인 우위의 전세시장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지원실적도 시행 석달간 단 2건에 그쳤다.
정부도 집주인 담보대출방식의 설계는 어렵다고 보고 4·1대책에서 ‘목돈Ⅰ’의 보완 방안으로 임차권반환보증 방식의 ‘목돈Ⅱ’를 내놨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도위 행복주택이나 ‘착한 집주인’이 나와야 돌아가는 목돈Ⅰ은 애초에 공약 설계에 무리가 있었다”며 “지금이라도 공약의 실수를 바로잡아 실효성 있는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