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본협상에 앞서 우리나라에 “협상 문서를 10년간 공개하지 말라”는 등 고강도 비밀유지 의무를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 측의 이 같은 요구는 우리나라의 보안규정과 상이한 점이 많아 향후 협상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열린 양국간 예비협상에서 미국은 한국 협상단에 미 정부의 문서취급 지침을 제시하며 동등한 수준의 비밀유지 의무를 요구했다고 협상에 정통한 한 소식통이 13일 밝혔다. 미국은 ‘비밀로 분류된 정부간 교환문서(FGI)’를 정부 관리는 업무수행에 필요한 경우만, 민간인은 의견수렴 과정에서 분석ㆍ평가가 필요한 경우만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문서보관의 경우 보안건물이 아니면 잠금장치를 별도로 마련하도록 했으며 e메일ㆍ팩스 등으로 문서를 전달하더라도 보안장치를 통해 정보누출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제3국에 대한 정보제공은 양국이 합의한 경우에만 가능하고 문서는 생산일부터 10년간 비밀유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비밀유지 지침이 까다로운데다 국회 등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장기간 비밀로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사정을 밝혔으나 미국 측의 요구 수준을 맞추지 않을 수도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