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썩은손 지문찍던 감식관 경찰사상 첫 여성 치안정감됐다

경찰대학장 이금형씨 내정…순경공채로 경찰 입문…여성·청소년 전문가

임신 중에 토막 난 사체의 썩은 손목을 씻으며 지문을 찍던 여성 감식관이 68년 경찰사상 첫 여성 치안정감이 됐다.


29일 경찰 치안정감 정감 승진 인사에서 이금형(55) 경무인사기획환이 경찰대학장으로 내정됐다.

1945년 경찰 창설 이래 세 번째 여성 총경, 두 번째 여성 경무관, 첫 번째 여성 치안감 등 여경(女警) 역사를 줄줄이 갈아 치운 그는 남성보다 더 남성적인 여경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 내정자는 여성·순경공채·고졸이라는 약점 속에서 36년 동안 경찰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로서 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1985년 경찰청 감식과 소속 감식관이었던 그는 둘째 아이를 임신한 채 한 손에는 열 토막 난 사체의 썩은 손목을, 다른 손에는 그 사체의 손가락을 끼운 채 지문 선을 닦고 또 닦았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고자 조금이라도 선명한 지문을 얻기 위함이었다. 그는 업무에서 배제될까 봐 임신 사실도 숨겼다.

고시 출신이 4번의 승진으로 오르는 치안정감 계급을 순경 공채 출신인 그는 9번에 걸쳐 올랐다.


순경에서 경정까지 5개의 계급은 시험을 봤다. 격무인 경찰 일과 육아를 겸했던 그는 공부할 내용을 녹음해 머리 감을 때, 화장할 때, 잠들기 전에, 화장실에서도 들었다. 그렇게 쓰다 망가뜨린 녹음기만 5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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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을 떼놓고 공부하고 일터로 나가 '독하다'는 말도 숱하게 들었다고 한다.

경찰대학장으로 부임하게 된 그는 "딸만 셋인데 이제 108명의 아들과 12명의 딸을 새로 얻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들이 4대 사회악(성폭력·가정폭력·아동폭력·불량식품)을 척결하는데 앞장설 수 있도록 이론과 현실을 겸비한 경찰 간부로 양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여성이나 고졸, 순경 공채 등 3대 약점을 극복했다. 마이너리티(소수파)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충북 출신인 그는 만 19세에 순경 공채(1977년)로 경찰에 입문했다.

경찰청 과학수사계장, 인천 서부경찰서 보안과장, 충북 진천서장, 서울 마포서장 등을 역임했다. 2009년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당시 경무관으로 승진한 뒤 충북청 차장, 경찰청 교통관리관과 생활안전국장을 거쳤다.

2008년 비행 청소년 연구로 박사학위(동국대)를 딴 그는 경찰에서 아동·청소년 문제나 학교폭력, 성폭력 관련 업무의 1인자로 꼽힌다.

서울 마포서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 서울 서북부 일대 주민들을 공포에 빠뜨렸던 연쇄 성폭행범, 이른바 '마포 발바리'를 검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 광주경찰청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일명 '도가니 사건'을 재수사해 14명을 추가로 형사 입건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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