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ㆍ4분기 실적 시즌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7월 이후 실적개선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IT업종에 대한 매수세를 더욱 강화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실적흐름과 환율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인의 매수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스권 장세서 8조원 선취매=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1,350~1,440포인트) 흐름을 보이기 시작하던 지난 5월부터 8조2,5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올 들어 전체 순매수 금액(13조8,000억원)의 60%에 달한다. 2ㆍ4분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개선세가 점쳐졌지만 증시는 줄곧 답답한 흐름을 보이는 동안 실적주를 꾸준히 매집해온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지수는 17일 국내외 경기개선 기대감으로 올 들어 처음으로 1,440선을 넘어 박스권 돌파에 나섰다. 외국인들은 기업들의 2ㆍ4분기 실적이 드러나기 시작한 이달 들어서만 1조8,000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골드만삭스ㆍ인텔 등 미국 기업마저 ‘깜짝 실적’을 내놓으면서 매수세에 불을 댕기고 있다. 외국인들은 특히 15일부터 3거래일 동안 선ㆍ현물 동시 순매수에 나섰고 현물에서만 1조원 이상을 매집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보더라도 국내 기업들의 실적개선 속도가 차별화된 메리트를 가졌다는 점이 외국인 매수세의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IT 매수세 급속 강화=5월 이후 외국인의 매수업종을 살펴보면 화학ㆍ통신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업종에 대해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전기전자업종을 2조3,500억원어치 매집한 데 이어 금융(1조6,200억원), 건설(1조1,700억원), 철강(1조1,600억원) 업종 순으로 ‘사자’에 나섰다. 특히 7월 이후에는 IT업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1조8,000억원 가운데 IT업종이 66%(1조2,000억원)나 차지했다. 이어 금융업종이 2,18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외국인 순매수 금액에서 IT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25%에 그쳤고 5월에는 12%에 불과했다. IT 대표주인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의 비중은 2008년 1월 이후 최고치인 46.45%까지 증가했다. 7월 이후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을 보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8,000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LG전자(1,830억원), LG디스플레이(1,270억원), 신한지주(1,200억원), 기아차(1,190억원), 하이닉스(860억원) 등에 대한 매수세를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상무는 “앞으로 외국인의 자금유입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근거가 계속 나와줘야 한다”며 “하지만 이와 별개로 IT업종은 실적개선 흐름이 양호해 외국인이 긍정적인 관점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매수세 당분간 지속될 것”=외국인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유가증권시장)이 지난해 10월 말 이후 처음으로 이달 14일을 기점으로 30%를 넘어섰다. 4월 27%선까지 위축됐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회복세다. 특히 우리 증시의 경우 빠른 기업실적 개선 추세와 원ㆍ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 메리트도 있어 추가 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국내 기업의 실적이 3ㆍ4분기에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게다가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한 미국 국적의 자금이 4월 4년여 만에 매수세로 돌아선 점도 ‘바이 코리아’의 지속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박찬익 모건스탠리 전무는 “외국인들은 아직까지 한국시장 전체를 사기보다는 IT에 국한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며 “환율 강세와 IT주가 아직 고평가되지는 않아 외국인의 자금유입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