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들어 LG전자,LG화학, LG필립스LCD 등 '빅 3' 계열사들이 일제히 실적 부진으로 허우적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기식 IMT-2000 사업권 취소와 함께 사장단의 '맏형'인 남용 사장의 갑작스런 퇴진으로 LG텔레콤마저 흔들리고 있다. LG는 정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묘수를 찾고 있으나 뾰족한 해법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전자는 19일 매출 5조7천962억원, 영업이익 1천905억원의 '초라한' 2.4분기 성적표를 내놓았다. 영업이익은 지난 1.4분기에 이어 또다시 1천억원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가전과 TV 부문이 나름대로 선전했으나 휴대전화 부문이 좀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휴대전화 부문은 1분기 -309억원, 2분기 -30억원 등 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LG필립스LCD는 극심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 지난 2.4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규모인 3천7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3.4분기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다. 40인치대 TV용 LCD 패널을 주력 생산하는 7세대 라인에 대규모로 투자했으나 제품 가격이 무서운 속도로 하락함에 따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LG필립스LCD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지난달부터 감산(減産)에 나서는 한편 8세대 투자를 유보키로 했으나 경쟁업체인 삼성전자가 발빠르게 8세대 투자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내부 분위기마저 꽁꽁 얼어붙었다.
LG화학도 치솟는 원자재값 파고를 극복하지 못해 지난 2.4분기 영업이익이 1.4분기(658억원)보다 26.8% 감소한 480억원에 그쳤다.
LG텔레콤은 이날 정보통신부의 동기식 IMT-2000 사업권을 취소 결정에 따라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로 실적이 악화할 전망이며, 장기 성장성도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사업권 취소에 따라 8년동안 LG텔레콤을 진두지휘한 사령탑인 남용 사장이 자동 퇴진하게 됨에 따라 당분간 경영공백도 불가피할 것으로보인다.
LG측은 LG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원달러 환율 하락과 고유가 등 외부변수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이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체질 개선 등 지속적인 노력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LG 관계자는 "LCD의 경우 시장 주도권 확보 경쟁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감가상각부담이 커 성장이 침체되고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시황이 좋기 때문에 크게 염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착실하고 충실하게 기본을 다져나가면 탄탄한 성장기반을다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