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본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거래소간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뉴욕거래소(NYSE)와 유로넥스트의 합병, CME와 CBOT의 통합, 나스닥의 런던거래소 지분 확대 등 주요 거래소들이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시장의 글로벌 환경변화의 중심에는 IT가 자리하고 있다. 즉 IT 혁신과 역량강화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선진 자본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파리ㆍ암스테르담 등의 거래소가 합병한 유로넥스트는 단일 플랫폼으로 시스템을 통합하면서 약 23%의 비용을 절감했고, 뉴욕거래소와 나스닥은 각각 전자거래소인 아키펠라고와 INET을 인수해 효율성 있는 거래 시스템을 확보했다. 그동안 IT 효율화에 상대적으로 더디게 움직였던 도쿄거래소도 지난해 전산장애로 최고경영자까지 교체되는 과정을 겪은 후 3,000억원 규모의 대대적인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선진 거래소들의 IT 혁신과정에 있어서 기술적 변화의 핵심은 개방형 표준 플랫폼 채택을 통한 IT 경쟁 우위 확보로 집약될 수 있다. 즉 자기 거래소에 상장된 상품만으로 다양한 투자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하에 전세계 거래 상대방을 연결해 주는 이른바 ‘허브 채널’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의 현재 IT 환경은 선진 거래소들이 지향하는 IT 전략추세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 현재 KRX의 IT 인프라는 KRX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파생상품 시장규모와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신상품 거래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비해 처리용량이 한계에 부닥칠 뿐만 아니라 상당히 노후화돼 있다. 또 거래소 조직은 통합됐으나 시스템 체제는 융합하지 못한 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비효율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대로 간다면 과연 KRX가 IT의 비교우위 확보를 통한 거래소의 경쟁력 제고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KRX도 세계시장의 중심에서 변화를 주도하고 ‘동북아 최고의 자본시장 달성’이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운영 차원에서의 효율성과 비용 절감 수준의 IT 전략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IT를 전략적으로 무기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면 세계 금융산업의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KRX의 IT 혁신방안은 무엇인가.
KRX의 차세대시스템은 급변하는 세계적 환경변화를 고려해 안정성뿐만아니라 효율성ㆍ유연성을 중시하는 기술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한 기반기술로 개방형(Unix) 환경을 채택하고, 비즈니스 로직과 기술적인 처리 로직을 분리한 계층적 구조를 구현함으로써 비즈니스 요구에 따른 시스템 유지보수의 효율성과 유연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또 시장 참가자들이 차세대시스템에 쉽게 접속하고 신속하게 응답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사용자 중심의 시스템이 되도록 설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새로운 기술의 동시 적용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사전검증을 실시하는 등 성공적인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차세대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지속적으로 IT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환경구축에 최대한 역점을 두고 있으며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해외 거래소 및 전문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관리상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최적의 IT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해 지속적으로 거래비용이 절감되도록 하고 있다.
KRX는 동북아 최고 거래소의 비전 달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왜냐하면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통해 얼마나 IT 혁신을 이루냐에 따라 글로벌 무한경쟁 속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느냐, 아니면 도태되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KRX가 오는 2009년에 가동할 혁신적인 차세대시스템의 성공적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