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미국식 강요, 한국 길들이기 노리나?"

■ 외교부, 美 FTA 협정초안 공개<br>자국 경쟁력 강한 서비스·농산물 적극개방 유도<br>연안 해운업등 취약부문은 최대한 보수적 입장<br>개성공단 제품등 우리측 요구엔 묵묵부답 일관


지금까지 체결한 어떠한 자유무역협정(FTA)보다도 완전한 개방을 한미 FTA에서 이끌어내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2일 공개된 협정문 초안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사실상 한국의 경제ㆍ사회에 전면적인 미국식 스탠더드(기준)를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미측은 자국의 경쟁력이 강한 서비스ㆍ농산물 등에서는 적극적인 개방을 유도하되 취약 부문은 최대한 보수적 입장을 견지해 자국 내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취업비자 쿼터 신설, 개성공단 제품 한국산 인정 등 한국 측의 주요 요구사항은 못 본 척 무시했다. ◇강한 부문은 더 강하게=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미국의 자본력은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내국민대우’ 원칙 아래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신금융서비스 공급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선진 금융기법에 통달한 자국 내 금융기업을 앞세워 국내 금융시장을 휩쓸겠다는 의도다. 미국은 또 통신사업자에게 기술선택의 자율성 보장을 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첨단 기술력으로 상당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측 기업의 권익 보호를 위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정책적으로 국익에 유리한 기술표준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는데 이를 막겠다는 심산이다. 개방 또는 경쟁조건 개선을 요구한 택배와 외국법률자문 분야 역시 미국이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가 수출기업 등에 적용하고 있는 관세환급제도의 제한을 요구한 것은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끌어내리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취약 부문은 더 보수적으로=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지만 역시 약점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이 같은 분야는 FTA에서 예외규정을 인정받아 자국의 입장을 견지할 예정이다. 미국이 예외인정을 요구한 분야는 ▦원목에 대한 수출통제 ▦‘존스 액트’ 등 연안 수송 문제(미국 연안의 승객 및 화물 수송은 미국 국적의 선박으로 제한한다는 내용) 등이다. 미국의 연안해운업 개방은 국내 해운사들이 한미 FTA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또 보호무역 성향이 강했던 섬유 분야에서도 미국은 엄격한 원산지 규정을 적용하는 한편 ‘특별세이프가드’를 도입하자고 공언하고 있다. 국내 섬유업체들은 실 등 원사를 상당 부분 중국 및 동남아 등에서 수입해 직물이나 섬유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원산지 규정이 엄격해지면 FTA가 체결되더라도 별다른 관세인하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된다. ◇우리 측 요구는 ‘모르쇠’=미국은 우리 측이 요구한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답변도 주지 않았다. 또 우리는 투자 부문에서 국제수지 문제에 위기가 발생하는 등의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국경간 자본거래 및 송금을 제한하는 일시적 긴급제한조치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묵묵부답(默默不答)으로 일관했다. 특히 우리 측이 기업인의 이동 원활화 및 전문직 종사자의 미국 진출을 위해 별도로 전문직 비자쿼터(취업비자)를 설정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아예 미측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우리 측이 농업 분야를 보호하기 위해 농산물 특별세이프가드를 도입하고 미측의 반덤핑관세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조항을 둬 반덤핑제재 발동을 보수적으로 해달라고 한 요청도 메아리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 측 요구라도 합리성과 설득력이 있는 요청 등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검토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거리가 멀다”며 “향후 양측간 FTA 협상은 매우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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