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야후차이나 손에 쥔 중국의 '작은 거인'

이 세상에 못팔 물건은 없다<br>정쭤스 지음, 김영사 펴냄<br>알리바바닷컴 창립자 마윈의 성공 신화<br>"인터넷서 비즈니스 끌어낸 진짜 장사꾼"




지난 2005년 8월 11일 베이징 차이나월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야후가 기업간(B2B) 전자상거래회사 '알리바바닷컴(Alibaba.com)'에 10억달러(약 1조원)를 투자해 알리바바닷컴 지분 40%를 넘겨받고 알리바바닷컴은 향후 야후차이나의 경영권을 갖는다는 내용이었다.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야후가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던 야후차이나의 경영권을 알리바바닷컴에게 넘긴 것. 한마디로 야후차이나라는 배의 선장이 알리바바로 바뀐 셈이다. 알리바바닷컴이 과연 어떤 기업이기에 야후의 창립자 제리 양은 1조원이라는 대가를 흔쾌히 치르며 야후차이나의 지휘봉을 넘긴 것일까. 그 비밀의 열쇠는 5척을 겨우 넘는 150cm 남짓 키의 알리바바닷컴 창립자 마윈(馬雲ㆍ42)에게 있다. 해외 언론에는 잭 마(Jack Ma)로 통하는 마윈이 알리바바닷컴을 세운 해는 1999년. 6년여 만에 그의 알리바바닷컴은 중국 최고의 인터넷 사이트로 자리를 잡으며 무적 함대로 통하는 야후를 손 아귀에 넣었다. 올 6월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2.0으로부터 '현재 가장 중요한 인물 50명' 순위에서 일본 도요타 자동차 조 후지오 회장과 함께 아시아 경제인으로는 두번째로 이름을 올린 그의 성공 신화를 확인하려면 알리바바의 발자취를 조금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태어난 마윈. 증조부가 국민당 간부였다는 사실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어린시절 동네 골목을 활개치고 다녔다고 한다. 학창 시절 영어에 푹 빠졌던 그는 삼수 끝에 사범대에 들어간다. 고향 항저우에서 외국인 관광 가이드를 거쳐 통역 회사를 차린 그는 95년에 업무차 미국을 방문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물결의 충격을 체험한다. 고국에 돌아와 그는 바로 인터넷 사업에 뛰어든다. 처음 시작한 일은 인터넷 전화번호부 사이트. 이어 중국 정부의 대외경제무역부 홈페이지 제작에 참여하고 드디어 1999년 중국 중소기업을 해외에 소개하는 알리바바닷컴 사이트를 개설한다. 기업간 전자 상거래 사이트 알리바바를 만들 때 주위 사람들은 우려했다. 개인간(C2C) 전자상거래에 비해 수익 기반이 취약한 B2B 사이트로 도전장을 내민 것은 실수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만약 어떤 방안에 대해 90% 사람이 좋다고 말하면 난 그 방안을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왜냐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는 방안은 반드시 누군가 이미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 기회는 결코 우리 것이 아닙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알리바바 사업은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하자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세계적 투자기관 골드만삭스가 알리바바닷컴에 투자했고 인터넷계의 황금손 손정의도 흔쾌히 2,000만 달러를 내놓았다. 알리바바닷컴으로 시작한 그의 사업 성공신화는 이베이의 아성을 뒤흔든 C2C사이트 '타오바오(taobao.com)'와 인터넷 결제시스템 기업 '즈푸바오(alipay.com)로 이어진다. "우리는 양쯔강의 악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베이는 아마도 바다 속의 상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바다에서 싸운다면 우리는 절대로 그들을 이길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하천에서 싸우면 이길 수 있습니다." 경제르포 기자인 저자 정쭤스는 18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야후차이나를 사실상 인수 합병하기까지 알리바바와 그 수문장 마윈의 족적을 꼼꼼하게 추적하고 있다. 저자는 마윈의 성공 요인을 과대 포장하는 식의 호들갑을 떨지는 않는다. 저자는 그를 "인터넷 정신을 가진 사람보다는 차라리 중국의 장사꾼과 더 비슷하다"고 말한다. 인터넷 기술을 어떻게 비즈니스 수요에 맞게 운용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중국 비즈니스맨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끌어낼지 알고 있는 인물이라는 분석이다. 담담한 필치의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중국 대륙과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작은 거인의 힘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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