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영화 '감기'의 흥행부진

국내 처음으로 바이러스 감염 재난영화를 표방한 '감기'의 흥행부진을 두고 말들이 많다.

김성수 감독의 10년 만의 충무로 복귀작이자 탄탄한 시나리오에 장혁ㆍ수애ㆍ유해진 등 흥행배우들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영화 '감기'의 성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 지난 14일 개봉된 후 14일째인 27일 평일 관객 수가 5만명 밑으로 내려가며 박스오피스에서 '숨바꼭질'과 '나우유씨미: 마술사기단'에 한참 뒤진 3위다. 27일까지 누적 관객 수 279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개봉한 비슷한 재난영화 '연가시(총 451만명)'를 따라잡기 힘들게 됐다. '감기'의 손익분기점은 370만명가량이다.

영화 '감기'의 흥행부진을 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다. 먼저 배급 문제가 컸다. 당초 배급을 CJ E&M이 맡기로 했는데 개봉을 며칠 앞두고 제작사인 아이러브시네마로 바꿨다. CJ E&M이 먼저 배급한 영화 '설국열차'가 예상외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독점 비판을 우려해 '감기'의 상영관 확보를 꺼려했고 이에 제작사가 직접 나섰다는 해석이 많다.


CJ E&M 입장에서는 순 제작비 450억원이 들어간 '설국열차'를 100억원에 불과한 '감기'보다 먼저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감기는 덕분(?)에 막판 배급일정이 꼬이면서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개봉 첫 주말에 806개까지 늘어났던 스크린 수는 메이저 극장들의 외면으로 27일 452개로 반 토막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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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시기 선택에도 착오가 생겼다. '설국열차'나 '더 테러 라이브' 등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상대적인 피해를 입었다. 이제는 관객들이 재난성 영화에 대해 다소 식상해 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여름이 지나가고 있는 8월 중순에 재난영화를 내놓은 것도 늦었다는 평가다. 원래는 6월 말로 개봉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작업이 늦어지면서 한참 밀렸다. 지난해 '연가시'는 여름이 시작된 7월5일 개봉했었다.

영화 '감기'의 흥행부진으로 영화산업에는 실력 못지않게 운이 중요하다는 것이 재인식된 모양이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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