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학원가 사교육 억제정책으로 '불황의 늪'

학원간 수강생유치전 갈수록 치열…상대학원 음해등 범법행위도 예사


#장면1. 서울 수서의 A학원 부원장인 L씨는 경쟁 입시학원 홈페이지를 해킹해 학습자료를 삭제하고 대신 음란 동영상을 올렸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L씨는 올 1월부터 한달여간 서울 강남의 B학원 홈페이지를 해킹해 게시판에 올라와 있던 입시 및 학습자료 2,356개를 삭제하고 성행위 장면이 나오는 음란 동영상 96개를 올려놓는 등 학원영업을 방해한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L씨는 경쟁관계에 있던 B학원이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보다 잘돼 시샘이 나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장면2. 강북에 사는 직장인 A(32)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아파트 출입문 입구에 놓여 있는 보습학원 광고전단지에 누군가 잔뜩 낙서를 해놓고 간 것이다. 전단에는 ‘이 학원 나빠. 절대 절대 가지 마세요’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A씨는 ‘우리집 것만 그런가’ 싶어 옆집은 물론 아래층 주민에게도 확인해본 결과 “똑같은 경험이 있다”는 대답이었다. 학원 심야학습 제한과 방과 후 학교 활성화 등 정부의 강력한 사교육 억제정책의 영향으로 학원 수강생들이 줄어들면서 학원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수강생 유치를 놓고 경쟁학원을 음해하는 등의 범법행위도 버젓이 자행되는 등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지역만 흑자=불패신화를 이어온 학원가에도 수강생 급감으로 인해 붕괴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경우 지난 2005년 보습학원이 170개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40개는 문을 닫았고 60개는 주인이 바뀔 정도로 부침이 심하다.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강제하면서 고교반을 아예 중단한 학원도 속출하고 있다. A학원 원장은 “고등부 수리학원으로 출발했지만 고등반은 운영이 어려워 중단했으며 대부분의 학원들도 중등반만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야간 자율학습이 다른 지역보다 덜한 강남이나 서초ㆍ목동 지역 등은 학원들의 경영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최근 학원들이 몰리면서 전성기에 비해 사정이 훨씬 어려워지고 있다. 강사모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B학원의 한 관계자는 “대졸 구직자들이 일주일에 2~3일만 일하고도 보수가 훨씬 좋은 과외를 선호하다 보니 강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학원 접고 과외하고 싶어=보습학원 수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보습학원 수는 6,450여개로 전년보다 250곳 정도 늘었다. 하지만 수적 증가가 오히려 불황의 증거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별다른 기술이 없는 명예퇴직자들이 학원을 인수해 경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C학원의 한 관계자는 “품위 유지를 원하는 퇴직자들이 식당 대신 학원 경영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지만 6개월도 안돼 손을 떼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또 학원 강사들이 학원을 나와 개인교습소나 과외방을 차리는 경우가 많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D학원 원장은 “솔직히 예전에 과외교사를 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학원생들을 보면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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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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