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變數)'. 어떤 상황의 가변적 요인이라는 의미다. 변수가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관계나 결과치는 바뀐다. 남북관계는 특히 변수에 민감하다. 한반도의 정치지형이 남북의 양자뿐만 아니라 '미국ㆍ일본ㆍ중국ㆍ러시아' 등 주변 4강과 밀접하게 연계돼 움직이고 있는 탓이다. 당장 2010년만 놓고 보더라도 남북관계는 의도치 않는 결과로 치달았다. 북한이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가 굳어진 뒤 천안함 폭침(3월)에 이어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토에 대한 포격 도발(11월), 느닷없는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12월) 등으로 2010년 남북관계는 '강대강(强對强)'의 대립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신묘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이상의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변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변수의 작용방향에 따라 '시계제로'의 한반도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상태=아직 국가통치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2008년 뇌질환으로 쓰러져 한때 심각한 상태까지 이르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핵심 변수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일정이 많은데 이를 모두 소화하는 것으로 봐서 통치하는 데는 지장이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건강을 장담할 수도 없다.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경우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를 뒷받침해줄 힘이 급속도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북한사회 역시 극심한 혼란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커 남북관계의 일대 파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후계구도 안착 및 핵 위협 지속 여부=지난해에 이어 올해 남북관계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 안착 여부다. 나머지 즉 ▦국지적 도발 등의 군사적 압박 ▦제3차 핵실험 등 핵 카드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 카드 등은 후계구도 안착을 위한 종속변수다. 모두 김정은의 후계구도 안착을 위해 만들어질 수 있는 변수라는 이야기다. 외교안보연구원은 "김정은의 군사적 업적 과시, 군사적 긴장 고조 등을 위해 3차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북한사회에서 경험이 일천한 27세의 후계자를 주민들이 심정적으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김정은 체제가 뿌리를 내리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유고' 같은 비상사태가 터지지 않는 한 불만세력이 후계체제를 위협할 정도로 가시화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의 경제난…국지적 도발=북한의 현재 경제 수준은 참담하다. '의식주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지만 식량사정 등 주민들의 생활여건이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더구나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해놓았지만 달성 가능성은 낮다. 그래서 당장 북한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에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이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010년 북중 교역량이 전년 대비 30% 정도 늘었고 북한의 경제사정도 연초보다는 나아진 것 같다"면서 "대중 경협 흐름은 올해에 더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난을 타파하지 못할 경우 북한이 쓸 주요 카드는 군사적 카드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는 '연례 정세전망 보고서'에서 "정치적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다"면서 "북한의 도발은 다양한 형태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2012년 권력교체기=2012년은 동북아 정세의 '빅뱅기'로 평가된다. 미국ㆍ일본ㆍ중국ㆍ러시아 등 주변 4강의 권력교체기이고 한국 역시 대통령선거가 있다.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한 상태다. 6개국이 권력구조 재편 흐름과 긴밀히 연동돼 전례없는 파란과 이변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임기를 1년 남겨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으로서는 동북아의 최대 현안인 한반도 문제에서 외교적 성과를 올릴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또 안보주도권을 둘러싼 미국ㆍ중국 간 역내 파워게임과 영토분쟁을 고리로 한 중국ㆍ일본 간 패권다툼, 역시 영토문제를 내건 러시아ㆍ일본 간의 외교갈등이 뒤엉키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매우 복잡한 정세가 연출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