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놓고 '낙하산' 타령 하는 게 '안녕'한 일인가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 흔치 않은 광경이 등장했다. '친박좌장' 김무성 의원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패러디한 한 장짜리 소자보를 붙였다. "박근혜 정부가 잘돼야 국민이 행복하고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으니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모으자"는 내용이다. 잘해보자는 데,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어 열린 대선 1주년 기념식에서는 김 의원은 "충분한 스펙과 능력을 갖추고도 '낙하산'이라는 소리를 듣기 싫다는 이유로 같이 뛰지 못하는 동지들에게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에게는 "(동지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청와대와 담판을 지어달라"는 부탁도 남겼다. 대자보에 남긴 '안녕'의 의미가 꽉 막힌 정국을 풀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자는 게 아니라 '낙하산'이었던 모양이다. 씁쓸하다 못해 허탈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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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근절이 공공기관과 공기업 개혁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일주일 전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에 국민들이 눈총을 준 것도 인사 혁신방안이 빠졌던 탓이 크다. 그럼에도 대선 공신들의 논공행상 요구가 다시 등장한 것은 동지를 챙기는 게 국민의 뜻에 따라 정치를 잘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여당이 바라는 안녕과 소통이 이런 것이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세상은 지금도 충분히 안녕하지 못하다. 생활은 갈수록 팍팍해지는데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고 철도파업으로 사람이 죽어 나가고 국가 동맥은 끊어질 위기다. 국민과 기업이 비명을 지르는데 이를 해결할 정치는 보이지 않으니 누군들 편할까. 그러니 제발 나서서 더 보태지나 마시라. 낙하산 해달라느니, 불통이 자랑스럽다느니 하는 소리로 더 큰 한숨이 나오게 않게 하는 게 그나마 국민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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