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일본, 스위스방식 따라 방어 나선듯

■日 5조엔 규모 외환시장 개입


일본 당국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와 미국과 유럽의 금융정책 결정을 앞두고 외환시장에 개입한 데 대해 시장은 다소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엔화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장개입 가능성이 무르익기는 했지만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 우려 속에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이 단독으로 시장개입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특히 1~2일 개최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차 양적완화 조치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일본 가이다메닷컴종합연구소의 우에노 다이사쿠 사장은 "미국의 경기둔화와 추가 금융완화라는 요인이 배경이 된 엔고는 개입으로 저지하기 어렵다"며 "단기적인 개입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발 재료에 따라서는 다시 달러당 75엔대로 올라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ㆍ유럽 경기가 둔화하는 반면 일본은 대지진 복구과정에서 경기가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당국이 아무리 개입을 해도 자금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만에 하나 FRB가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 달러화를 대거 푼다면 일본의 엔고 저지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개입이 국제사회의 공조 없이 단독으로 취한 조치라는 점에서도 엔고 억제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등이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하고 있는데 일본의 시장개입이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며 유럽 등 주요 교역상대국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경기둔화 우려와 채무문제에 시달리는 미국과 유럽 입장에서는 자국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며 "단독 개입으로 엔저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이 단독으로 대규모 시장개입에 나선 지난 8월 당시 엔화가치는 4조5,000억엔을 넘는 대규모 개입에 힘입어 단숨에 달러당 3엔가량 하락했지만 불과 4거래일 만에 개입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8월4일 시장개입이 이뤄진 지 보름 만인 같은 달 19일에는 엔화가 사상 처음 달러당 75엔대로 진입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요 국가들의 반발과 불투명한 개입효과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일본 당국이 개입을 단행한 것은 그만큼 절박해진 일본의 상황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속되는 엔고는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와 수익 악화는 물론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의 생산기지까지 해외로 내몰며 산업공동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날 엔화가 달러당 74엔대 진입 직전까지 치솟자 일본 당국으로서는 더 이상 환율을 시장의 흐름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의 관건은 개입의 지속성 여부와 미국의 경기다. 아즈미 준 재무상은 지속적인 개입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 일본이 개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개입이 일회성이 그치지 않고 미국 경기가 호전된다는 시그널이 나온다면 이번 개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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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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