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조피디의 Cinessay] '브로드캐스트 뉴스'

'좋은' 방송과 '좋아하는' 방송 사이


김수현 봤어요? 소녀시대 알아요?

방송국에 다닌다고 하면 가장 먼저 유명 연예인 아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출연자들 외에는 유명 연예인을 잘 못 본다. 얼마전 ‘프로듀사’ 촬영 때 김수현이 방송국에 자주 나타났는데, 우리들끼리도 신기해하며 구경(?)가곤 했었다. 방송국 하면 막연히 엄청 화려한 곳 같지만, 보통의 직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다른 직업에 비해 자신의 일, 즉 ‘방송’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많은건 사실이다. 뭐랄까, 직업을 뛰어넘은, 방송 아니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방송 아니면 재미를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사람들이 많다.


‘브로드캐스트 뉴스’(1987년작)의 세 주인공도 그렇게 방송에 목숨을 거는 프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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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이며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이 남다른 프로듀서 제인, 뛰어난 실력은 갖췄지만 대인관계에 미숙한 취재 기자 아론, 실력은 없지만 방송진행이 뛰어나고 잘생긴 톰, 이 세사람이 주인공인데, 제인은 오랜 친구인 아론에게 인간적으로는 더욱 신뢰를 갖고 있지만, 어쩐지 톰에게 끌린다. 톰이 기자로서 허술하다는 것쯤은 일찌감치 파악했지만, 남자로서의 매력마저도 거부하긴 힘들다. 아론도 심경이 복잡하다. 대학때까지 1등을 놓치지 않았고 누구보다 현장 취재도 잘하는 자신을 제치고 앵커자리를 꿰찬 톰이 얄밉고 마땅찮다.

하지만 톰 입장에서 보자면, 언론인으로서의 원칙에 충실한 아론이나 제인이 답답하다. 아무리 많이 알고 똑똑하면 뭐하나, 시청자 입맛에 맞게 프로그램을 만들어야지! 이렇게 개성 강한 세사람은 소소한 갈등을 겪다가, 드디어 아론에게 그토록 기다리던 앵커의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아론은 앵커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톰은 더욱 승승장구한다. 그 와중에 톰이 성폭행 피해자 인터뷰를 하면서 안약 눈물 연기를 가짜로 연출하고 이를 알게된 제인이 ‘기자 윤리’를 내세워 공격하자 톰은 ‘방송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천연덕스럽게 되받는다.

영화의 이 두가지 에피소드는 지금의 방송가에서도 유효하다. 방송은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하며 피디들은 시청률에 대한 집착 때문에 무리를 하기도 하고, 끝없이 ‘좋은’방송과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방송 사이에서 괴로워하기도 한다. 막장 드라마가 고품질의 다큐멘터리보다 몇배의 시청률이 나오는 것을 보면 정말 방송은 정답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진행자, 출연자의 방송 능력이 전문성, 인간성과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톰처럼 능수능란하게 방송을 잘하는 사람이 고지식한 아론보다 피디 입장에서는 안전할 수 있다.

내일(9월3일)은 ‘방송의 날’! 시청취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오늘도 방송국에는 세상 고민은 혼자 다하는 것 같은 기자, 피디 등 방송쟁이들의 피말리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게 변화시킬 수 있는 방송의 선기능을 믿기에 많은 방송인들이 톰과 아론, 제인을 조화롭게 섞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휴정PD(KBS1라디오 ‘빅데이터로 보는 세상’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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