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대우증권 매각대상서 빼고… 재무건전성 악화 고려 않고… "명분·실리 잃은 구색맞추기" 논란


정책금융개편 논의 넉 달여 만에 정부가 최종 개편안을 내놨다. 하지만 결과물을 들여다보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론을 내려놓고 구색 맞추기 식으로 논의가 진행된 결과다.

정부는 통합논리로 4년 전과 비교해 시장환경이 바뀌었다는 점을 들었다. 글로벌 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시장여건 악화로 산은 민영화를 결정했을 때보다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때는 기업 구조조정과 시장 안전판 역할 등 정책금융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이는 4년 전 두 조직을 분리했을 때와 맥락이 비슷하다. 당국이 산은과 정금공을 떼어 낸 2009년은 글로벌 위기가 한창 진행 중일 때였다. 오히려 상황은 지금보다 더욱 나빴다. 정부는 산은 민영화 추진으로 발생할 정책금융 공백은 정금공의 기능 강화를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 정책금융 강화는 그때나 지금이나 당국의 최우선 순위였다는 것이다. 환경이 바뀌어서 두 조직을 합쳐야 한다는 당국의 명분이 약해 보이는 이유다.


시장마찰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개편안에서 산은지주 계열사인 KDB생명∙캐피탈∙자산운용 등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통합 산은을 정책금융 위주로 운영하기로 한 만큼 시장과 경쟁하는 자회사는 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마찰의 핵심이었던 대우증권은 정책금융 기능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매각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지난 2005년 산은의 시장마찰을 처음 제기했던 이유가 대우증권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국의 판단 잣대가 오락가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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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후 산은 재무건전성도 살펴봐야 한다. 정부는 산은과 정금공∙산은지주를 통합하더라도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0.7%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통합했을 당시의 기준일 뿐이다. 통합 후 산은은 STX 구조조정에 따른 추가 충당금 부담과 대우건설(산은 PE 보유) 시가평가 등을 반영하면 BIS비율이 10% 미만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정금공이 갖고 있던 무수익자산(공기업주식) 15조5,000억원 이관에 따른 이자비용도 매년 5,000억원에 달한다. "통합 논리를 그럴 듯하게 보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선박금융공사 설립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당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위반 등 통상마찰을 우려해 선박금융 공사설립 대신 선박금융 관련 조직과 인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개편안을 처리할 국회 정무위 핵심 의원들이 부산 기반이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무역보험공사가 독점하고 있던 단기수출보험을 민간 금융회사에 개방하도록 한 것 역시 이르다는 지적이다. 민간 단기수출 보험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진행할 경우 중소기업 보험료 인상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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