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11월 27일] 닌텐도와 한국의 게임산업

"우리는 왜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못 만드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4일 과천청사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느닷없이 일본 게임기 얘기를 꺼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 대부분이 닌텐도 게임기를 갖고 있을 정도로 히트를 치는 모습을 보면서 내심 부러웠던 모양이다. 대통령의 이 발언 이후 네티즌 사이에서는 '명텐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과거에 안주하는 기업은 쇠락 닌텐도의 성장 스토리를 보면 대통령이 부러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1889년 화투회사로 출발한 닌텐도는 1970년대 게임기 개발에 뛰어들어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닌텐도는 40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파면서 '게임보이' '닌텐도DS' '닌텐도Wii' 등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닌텐도는 2009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매출 18조4,000억엔(238조원), 영업이익 5,553억엔(7조1,900억원)이라는 엄청난 실적을 올렸다. 게임기 하나로 포스코 등 우리나라의 대기업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얻은 것이다. 닌텐도의 이 같은 성공배경에는 상식을 깨는 혁신활동이 자리 잡고 있다. 닌텐도는 '일반인을 게이머로 만들자'는 전략 아래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게임을 만들어 냄으로써 게임 이용 연령대를 젊은 층에서 40~50대 이상까지 확대시켰다. 모든 가족이 한자리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닌텐도가 내놓은 가정용 게임기(닌텐도 Wii)와 휴대용 게임기(닌텐도 DS)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닌텐도가 올 4월 이후에는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 4월에서 9월까지 6개월 동안 닌텐도의 매출은 5,480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줄었고 순이익은 694억엔으로 무려 54%나 감소했다. 주력제품인 닌텐도 위(Wii)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닌텐도의 부진은 글로벌 경기침체 탓도 있지만 닌텐도 Wii와 DS 이후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을 수 있는 새로운 게임 개발에 실패한 것이 더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비디오(콘솔) 게임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게임 구매를 유발하려면 새로운 게임 프로그램을 꾸준히 내놓아야 하는데 닌텐도가 이를 소홀히 하면서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닌텐도의 사례는 혁신활동의 부진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때 세계 무대를 호령했던 기업도 새로운 제품을 꾸준히 내놓지 않으면 곧바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100년 기업 GM이 그랬고 한때 휴대폰업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모토로라가 그렇다. 모토로라의 경우 휴대폰 '레이저'의 대박에 안주하다 이제는 군소업체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게임업체들은 어떤가.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여전히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올 3ㆍ4분기 매출액은 1,6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늘었고 순이익은 469억원으로 무려 836%나 급증했다. 이로써 엔씨소프트는 올 3ㆍ4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4,375억원)이 지난해 1년 동안의 매출액(3,466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국내1위 업체인 넥슨도 올해 매출이 6,500억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끝없는 혁신으로 시장 주도를 이처럼 우리나라 게임이 잘나가고는 있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글로벌 게임 산업의 흐름이 비디오게임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넘어오면서 국내 업체들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고는 있지만 여기서 혁신활동을 게을리 하면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추월당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닌텐도와 모토로라의 사례가 이를 잘 말해준다. 우리 게임업체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혁신활동을 함으로써 LCD TV나 휴대폰처럼 세계 시장을 석권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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