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사냥’이 시작됐다.
슈퍼파워 미국이 중국의 목을 조이기 위해 일본ㆍ대만ㆍ인도ㆍ중앙아시아ㆍ러시아를 연결하는 올가미의 끈을 바싹 당기고 있다. 고사(枯死) 작전이다. 이는 잠재적인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중국의 동쪽에 있는 일본과 군사ㆍ경제적으로 밀착하고 있으며, 중국이 뱅골만ㆍ인도양ㆍ아라비안해로 진출하는 것을 봉쇄하기 위해 중국의 남쪽에 있는 인도ㆍ대만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쪽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서쪽을 차단하기 위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대적인 경제ㆍ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사면미가(四面美歌)의 형국이다. 중국은 이 같은 미국의 의도를 깨기 위해 파키스탄ㆍ방글라데시ㆍ미얀마를 잇는 전략선을 구축하고 있으며 인도와의 관계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이번주에 인도를 방문, 에너지 조달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미국의 중국 사냥이 아니다. 미국의 도우미로 나선 대리국들과 주변국들의 마찰 확대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과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갈등이다. 미국을 등에 업은 일본은 한국ㆍ중국과 영토분쟁을 일으키는 등 동아시아 전략을 강공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과 독도 문제를 일으켜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유도하고, 중국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제도에서는 가스전 시굴권을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댜오위다오 지역은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72억톤에 이르는 ‘제2의 중동’으로 불리는 곳이다.
일본은 이 같은 마찰 요인을 제공하며 동북아시아에서 ‘왕따’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일본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다. 동북아에 있는 이웃들보다 엄청나게 힘이 센 미국이 후원을 해주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일본 방문에서 한국과 중국을 의식하지 않고 일본의 국제연합(UN)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 일본의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추진에 대해서도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러시아ㆍ독일ㆍ브라질ㆍ인도 등 찬성국이 한국ㆍ이탈리아ㆍ아르헨티나 등 반대국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일본의 ‘머니 파워’가 자리를 하고 있다. 또 미국은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한국의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서도 한국이 일본을 버리고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최근 주한 미군의 지휘통제(C4) 장비 축소 등을 발표하는 등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일본과 대립하고 있는 한국ㆍ중국이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왜 가해국인 일본이 아니라 피해국인 한국과 중국이 코너로 몰려야 하나. 억울하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사면미가 속에서 우리의 상대는 일본이 아니다. 미국의 분신 노릇을 하는 ‘리틀 아메리카’다. 일본과의 감정 대립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라도 냉엄한 국제정치질서 속에서 우리의 역할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래야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것이 세계인으로부터 ‘독도는 한국땅’임을 인정받는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