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다시 불붙은 '금리논쟁'

"내수회복 위해 추가인하 바람직" 주장에 "유동성 함정·부동산 버블우려" 반론도

금리 추가 인하를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더 내렸어야 했다’는 재정경제부 관계자의 발언이 전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26일 채권시장의 움직임도 추가 금리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이날 3.61%까지 떨어지며 하루짜리 콜금리(3.50%)와의 차이가 0.1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과연 추가 인하가 가능할까. 한국은행은 금리인하 이후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 해외로의 자본유출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아직 추가 금리인하 여지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현 금리 수준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그리 낮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물가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금리만 놓고 보면 국내 콜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최근 두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한 미국의 기준금리는 1.5%다. 일본은 최근의 경기 호조세에도 불구,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있고 타이완이나 싱가포르의 정책금리도 1.375%와 0.95%에 불과하다. 한국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은 경기침체기에 금리를 1.0%까지 끌어내렸다”며 “현재 3.5%의 국내 금리가 지나치게 낮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금리인하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인플레 우려도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한은의 인식이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가 안정추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박승 한은 총재는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설명회에서 “계절적 요인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유가가 높긴 하지만 물가는 중기목표(근원 인플레이션 2.5~3.5%) 이내에서 관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함정호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원장은 “인플레 가능성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지만 사실은 디플레가 더 무섭다”며 “부동산 시장 경착륙 등 자산 디플레가 가시화되면 일본의 사례와 같이 서민들의 고통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의 경우 제품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 때문에 소비가 일지 않고 채무자들은 실질적으로 갚아야 할 빚이 점점 더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 콜금리 인하 당시 제기됐던 해외 자본유출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설령 외국에서 이자 몇 %를 더 얻는다고 해도 환위험을 헤지하다 보면 결과적인 수익률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민간에서도 최근 들어 추가 금리인하를 점치는 기관들이 늘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 25일 보고서에서 내수회복 강도가 약하고 경제성장이 잠재성장률을 밑돌아 수요확대로 인한 물가상승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4ㆍ4분기 중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8월 콜금리 인하로 민간소비가 0.06%포인트, 설비투자가 0.13%포인트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 같은 수치 개선은 올 하반기 수출증가율 둔화와 내년 성장률 급감 우려를 씻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우증권 역시 최근 전망자료를 통해 한은이 오는 10월에 추가 콜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LG증권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도 내수침체가 계속된다면 물가가 안정조짐을 보이는 대로 콜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지난 금통위의 금리인하 결정 당시 실효성 논란이 일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금리인하에 대한 반론은 여전하다. 최근 예금회전율이 사상최저를 기록하는 등 돈이 돌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하는 자칫 ‘유동성 함정’ 가능성만 키울 뿐이라는 것. 은행 대출의 절반이 가계에 몰려 있고 기업대출 중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시설자금은 산업대출의 20%에 불과한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토지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금리인하정책은 토지 버블을 야기할 수 있다”며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노령 이자생활자의 이자수익이 줄어드는 등의 부작용을 감안, 중장기적으로 금리인상 방향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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