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아 딸과 함께 조조 영화를 보러 상암동 C영화관을 찾은 한혜정(42)씨는 말 뿐인 조조할인 요금에 분통이 터졌다. 이 영화관은 방학만 되면 조조 상영시간을 앞당겨 대략 오전 9시 이후 부터는 입장료를 9,000원으로 올려 받고 있기 때문.
그는 “평소 9시나 10시에 하던 조조 영화를 방학만 되면 7시 반에 할 때도 있다”며 “조조 영화 시간이 너무 일러 10시에 와도 조조할인을 못 받고 제 값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여름방학 성수기를 맞아 극장들이 조조 시간을 앞당기면서 영화 상영 횟수를 늘리고 있다. 비수기 때는 보통 하루 6회 정도 상영하지만 요즘은 조조 시간을 앞당김으로써 하루 7∼8회 까지 상영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8월 15일 각 극장의 조조 시간을 조사해 본 결과 상암동 ‘C’영화관의 경우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의 조조 상영은 7시 35분, ‘해운대’는 7시 50분 이었다. 다음 상영시간이 10시에 있지만 조조요금이 아닌 일반요금이 적용된다. 죽전 ‘C’영화관의 조조할인 시간은 더 빨랐다.
영화 ‘국가대표’의 조조 시간은 7시 10분, 2회차 영화가 10시 5분에 있지만 이 역시 일반요금을 내야 한다. 신촌에 위치한 ‘M’영화관 역시 ‘지.아이.조’을 보려면 7시 50분, ‘업’은 8시까지 가야 한다. 10시 20분에 있는 2회차 상영부터는 일반요금을 매긴다.
이에 대해 극장 측 관계자는 “많아진 관객을 수용하기 위해 조조 시간을 앞당겨 상영횟수를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조 시간을 앞당겨 회차를 늘리면 극장으로서도 비용과 인력을 추가로 더 투입해야 한다”며 “영화 상영 횟수를 늘려 관객들에게 시간 선택의 폭을 넓게 해 주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관객들의 생각은 다르다. 방학 대목을 맞은 영화관들이 조조 상영시간을 터무니 없이 앞당겨 놓음으로써 실질적인 요금 인상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방학이 시작된 지난 7월 전국 관객수를 조사한 결과 전월 대비 25.9% 증가한 1,640만명이 극장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해운대’, ‘국가대표’ 등 한국 블록버스터 뿐 아니라 ‘아이스에이지3’, ‘업’ 등 가족관객을 겨냥한 해외 작품들도 증가했다.
때문에 성수기 관객들을 위해 상영시간을 늘렸다는 극장측의 ‘배려’가 관객 입장에서는 일찍 와도 조조영화를 볼 수 없다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오전 10시경 신촌 ‘M’영화관에 조조할인 영화를 보러 왔다가 제값을 다 낸 김형철(가명ㆍ32)씨는 “영화 관람료가 올라 조조 할인영화를 보러 왔는데 이렇게 조조 시간이 빨라진 줄 몰랐다”며 “예전에는 10시면 조조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같은 시간에 와도 제 값을 내고 영화를 봐야 한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