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23은 이세돌의 승부수였다. 여기서부터 싸움의 단서를 찾겠다는 고수다운 수순이었다. 만약 백이 참고도1의 백1로 젖혀 준다면 흑은 무조건 흑2로 이단젖힘을 할 예정이다. 백이 3으로 참아만 준다면 흑4에서 6으로 중원의 백대마를 잡게 될 것이다. 그 주문의 내용을 뻔히 아는 홍성지는 백24로 역습했다. "여기서 결판이 나겠군. 그런데 말이야. 백이 진작에 치러둘 수순 하나를 놓쳤어. 그게 변수가 될 거야."(서봉수) 서봉수는 손가락으로 검토실 바둑판 위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조금 있다가 실제로 백돌이 놓이게 되는 30의 자리가 그곳이었다. 그곳은 흑이 두면 언제나 선수가 되는 자리였으므로 홍성지는 구태여 서두르지 않고 아껴두었던 것인데…. 서봉수의 예상은 적중했다. 뒤늦게 백30으로 '장군!'을 불렀지만 이세돌은 그곳을 응수하지 않고 흑31 이하 37로 변신했다. 백이 36으로 끊어서 챙긴 실리는 고작 10집 남짓. 사이버오로 생중계의 해설을 맡은 옥득진은 백26이 놓인 시점에 참고도2의 흑1 이하 4를 그려놓고 흑의 고전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실제로 홍성지는 이 그림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세돌이 찬스를 허용하지 않았다. 과연 이세돌은 고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