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5월 29일] 아름다운 스승

요즘 선거철이라 욕심으로 가득 찬 목소리들이 고함처럼 들린다. 때를 가리지 않고 경계할 일이 욕심이라 다시 한번 법정 스님을 생각하게 된다. 법정 스님의 다비식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사람의 마음속에는 욕심이라는 것이 있다. 욕심은 괴물과 같아 잘 다스리지 않으면 한없이 크게 자라고 정신을 흐리게 하며 심지어는 패가망신뿐 아니라 목숨까지 잃게 만든다. 무소유라면 법정 스님일 만큼 알려져 있다. 무라는 것은 없다는 뜻인데 무 중에서도 무심을 얼마나 잘 다스리느냐에 따라 수도 생활의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 난다. 모든걸 버리고 가신 법정 스님 법정 스님의 유언에 따라 꽃 한 송이 없는 장례식이 거행되는 것을 보면서, 또 유지를 받들어 꽃 한 송이 바치지 않는 제자 스님이나 관계자를 보면서 모든 분들이 철저히 수양이 잘 된 수도자 같아 보였다. 옻칠한 목관조차 없이 색바랜 듯한 불그스름한 가사를 씌워 널판을 이용해 운구하는 것을 보노라니 뜻밖의 생각에 초라함 중에 초라함은 없음이다. 그동안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존경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얼마든지 거창하게 불교계를 떠들썩하게 장례식을 치를 수 있는 분이 겸손하게 진행해서인지 모르겠지만 간소한 장례식이 불꽃과 같은 뜨거움, 무게의 육중함,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기운과 침묵으로 숨을 멎을 정도의 위압적인 다비식이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이것이 공즉시색(空卽是色)이구나. 그러므로 그분이 어리석은 중생에게 설파하고자 했던 많은 글과 설명이 필요 없게 됐다. 허울을 훌훌 벗고 밝게 가셨다. 우리는 최고위층에 있던 분들의 장례식도 여러 번 보아왔다. 국민장이라 해 며칠씩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화려한 장례식이 곧 국가의 위상이라도 되는 듯하다.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백성의 도리가 아닌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면이 없지 않아 있는 듯하다. 심지어는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가기도 하고 별의별 사람들이 메스컴을 타고 흐른다. 그래서 뒤늦게라도 참석해야만 마음이 편안할 것 같고 뭔가 개운치 않은 이상함에 이끌려 부화뇌동으로 분향하기도 한다. 어린 학생들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꽃을 바치고 고개를 숙이며 이웃 사람이 죽어도 모른 체하는 많은 사람들이 분향하러 가는 것을 보니 그래야만 될 것 같아서이다. 진실로 슬퍼해야 할 것들이 외부적인 조건 때문에 사그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해서 훌륭한 사람인 양 공인 받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거창하고 화려한 장례식이 거창하고 화려하지 않게 느껴진다. 색즉시공(色卽是空)이다. 대부분 많은 것을 가지고 많은 것을 누린 사람이 끝까지 채우려고 한다. 이러한 사람들이 검소하게 치렀더라면 공경심이 생겼을 것이다. 보이지 않았던 부분까지 들여다보려고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없고 가난한 사람이 검소하게 장례식을 치렀다면 그것은 없어서이지만, 그래서 초라하게 보이겠지만 책임 있는 일을 했던 분이었다면 또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까. 겉치레보다 중요한 건 마음 그러나 보잘것없는 분들의 화려한 장례식은 마지막이니까 못해 본 것 누리라고 없는 돈을 들여 원이라도 풀어 드릴 수 있어야 도리라고 생각하고 그래야 산 사람 마음이 편안해진다면 동정이 간다. 정말 하늘같이 높았던 분들이 백성을 위해 헌신하고 잘 살게 해줬으니 이 정도의 비용을 들여 장례식을 치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화려함 속에는 씁쓸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커다란 민폐일 수 있다고 여기며 '있는 것이 없는 것'이라고 느끼는 사람 때문이라도 남의 눈치도 좀 보고 마음속 깊이 생각해 마지막 기회를 산 자의 욕심으로 채우지 말아야겠다. 사람도 죽는데 그중에 더 중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요란스럽던 행사도 며칠만 지나면 스치는 바람보다 못한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 마음에 새기는 것이 더 오래간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비로소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됐으니 얼마나 큰 가르침인가. 극락왕생하옵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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