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터널' 길어지나

■경기지수 3개월째 하락<p>수출 꺾이는데 투자·소비 회복세는 미미<br>내수·건설경기 위축도 여전 비관론 확산

한국경제가 좀처럼 잿빛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를 외끌이했던 수출의 둔화속도가 확연하고 3ㆍ4분기 안에 내수가 상승곡선을 뚜렷하게 그리지 못할 경우 연말 경기가 예상보다 깊은 골짜기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세(勢)를 더하고 있다. 통계청이 29일 내놓은 ‘6월 중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외형상 나타난 전체적인 지표는 아주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생산과 출하는 각각 전년동월에 비해 12.3%, 10.6% 증가하고 도소매판매도 뒷걸음질하다 1.6%의 반등에 성공했다. 설비투자도 7.9% 증가했다. 하지만 수출과 내수의 균형비로 따진 전체적인 지표는 암울함을 더해준다. 5개월째 두자릿수의 생산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전월에 비해서는 오히려 2.0%포인트 둔화됐다. 고공행진의 추세가 서서히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수출지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출 효자 3대 종목이 일제히 전월에 비해 마이너스다. 반도체는 4.8%, 영상음향통신과 자동차는 6.8%와 3.2%씩 각각 줄어들었다. 이들 품목의 생산증가율도 지난 5월에 못 미쳤다. 평균가동률도 79.8%를 기록, 7개월 만에 70%대로 떨어졌다. 문제는 수출은 이처럼 꺾어지는데 국내 소비는 이를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매는 외견상으로 0.4%의 증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부진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는 평가다. 백화점과 슈퍼마켓은 5.3%와 8.2%씩 줄었다. 제조단계에서 유통단계로 넘어가는 단계의 ‘내수용 소비재 출하’는 전년동월에 비해 2.0% 감소했고 2ㆍ4분기 전체적으로도 2.7% 줄었다. 국내총생산(GDP)의 17.5%를 차지하고 있는 건설경기도 골짜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6월 중 국내 건설수주는 전년동월보다 무려 36.9% 급감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같은 기간 청계천 복원사업 등으로 건설수주가 급등했던 데 따른 비교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전반적인 건설경기 위축이 근본원인이다. 경기를 쌍끌이해야 할 수출과 내수가 잿빛으로 물들면서 경제 주체들의 미래 경기에 대한 기대심리도 바닥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6월 동행지수는 건설기성액, 수출액 감소의 영향으로 전월보다 0.2% 감소해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향후 경기전환시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도 전년동월비 2.9%로 전월에 비해 0.1%포인트 떨어졌다. 문제는 암울한 지표들이 당분간 개선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ㆍ4분기 성장률이 4.2%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소비가 수출 둔화를 메우지 못할 경우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세로 성장률 하강이 더욱 빨라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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