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6월14일] 셴겐 협정


유럽 여행에서 느끼는 첫 불편. 기다림이다. 입국심사를 받기 위한 긴 줄과 달리 유럽인들은 심사대를 쑥쑥 빠져나간다. ‘하나의 유럽’을 실감나게 만드는 유럽인에 대한 약식 출입국 수속의 근거는 무엇일까. 유럽연합(EU)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보다 정확한 답은 ‘셴겐 협정(Schengen Treaty)’이다. 셴겐 협정의 골자는 사람의 이동 자유화와 국경 철폐. 1985년 6월15일 룩셈부르크의 셴겐이라는 작은 마을을 끼고 도는 모젤 강에 띄워진 ‘프린세스 마리 아스트리드’호 선상에서 프랑스와 독일ㆍ벨기에ㆍ네덜란드ㆍ룩셈부르크 등 5개 국 협정으로 출발했다. 협정 이후 국경검문소가 없어지고 간단한 표식만 남았다. 셴겐 협정은 EU 출범과는 별도로 진행됐지만 결과적으로 유럽 통합의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자유로운 이동과 국경 철폐가 주는 위력을 실감한 후 유럽통합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엷어지고 통합당위론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영세중립국으로 외국과 조약을 맺지 않는다는 스위스까지 들어온 셴겐 협정의 가입국은 부분적으로 가입한 영국과 아일랜드를 제외해도 28개 국. EU 회원국(27개 국)보다 많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온 셴겐 협정은 인적 이동과 관세철폐뿐 아니라 가입국 간 취업자유화까지 포함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나중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까지 취업자유화 조항국에 포함될 경우 유럽의 단일시장화가 가속되고 EU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셴겐 협정의 정신은 유럽을 뛰어넘고 있다. 남미경제공동체(MERCOSUR)도 비슷한 조약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권에서는 말만 무성하다. 아세안 공동비자도 논의 수준에 그쳤을 뿐이다. 한중일 간 무사증 입국 허용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시아판 셴겐 협정은 요원하다. 아시아에서 국경은 여전히 철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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