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재가 고위직으로 승진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유리천장', 그리고 여성의 업무영역에 보이지 않는 편견과 제한을 두는 '유리벽'을 없애야 합니다. 여성인력을 충분히 활용해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기업일수록 생산성도 높습니다. 여성인력이 '미래의 자원'임을 알고 미리미리 여성인재를 육성할 때입니다."
9일 여성인재아카데미의 '언론계 임원역량집중교육'이 열린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만난 정이만(62·사진) 여성인재양성센터장의 의지는 분명했다. 지난 2003년부터 한컴·한화63시티·한화개발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그를 여성인재 양성기관에서 만난 것은 다소 의외였다. 여성인재양성센터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평등교육진흥원의 여성인재 양성을 지원하는 위탁교육기관으로 지난해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9월부터 이곳 센터장을 맡고 있다. 속물적 계산일지 모르나 조직의 규모나 처우 면에서 그가 선뜻 내켰을 것 같지는 않은 자리다.
"보수나 업무활동비 말씀입니까? 굳이 밝히자면 애국심에 '꽂혀' 맡은 게 사실입니다. 제가 CEO로 있었던 3개 회사 모두 여성인력 비율이 30~35%로 높은 편이었기에 여성인력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이곳 외래교수로 초빙된 데 이어 센터장이 됐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양성평등의식 확산과 여성인권 보호에 힘을 더 싣고 있다면 여성인재양성센터는 말 그대로 여성인력 양산과 여성 리더 양성에 집중한다. 정 센터장은 "미래의 여성인재 10만명을 양성하자는 것은 국정과제일 정도로 중요한 일"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센터장으로 일한 100일간 깨달은 여성인재 육성의 문제점에 대해 "총체적 문제이기에 총체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우선 여성인력 채용이 많아야 하는데 채용·교육의 의사결정권자 대부분은 남성들이기 때문에 여성인력 교육뿐만 아니라 남성 의식 개선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30~40대 여성의 경력단절 비중이 매우 높다"고 지적하며 "출산·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을 정책적으로 해결해주고 동시에 회사도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여성인재양성센터는 안정적인 여성인력의 피라미드를 구축할 수 있게끔 '여성인재 풀' 확충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정 센터장은 자신이 CEO로 재임하면서 여성임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후회를 털어놓으며 "승진시키고 싶어도 (여성인재가) 남편과 자녀 등의 이유로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막상 임원으로 만들 후보조차 없었다"면서 "여성 자신은 '나는 이 정도면 만족한다'는 식인 '내 안의 유리천장'을 부수고 투철한 직업의식을 갖춰 성취와 도전을 계속하는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이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