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가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 방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투자자금이 정책 기대감에 위험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아직 펀더멘털에는 큰 변화가 없는 만큼 프로그램 장세의 추세화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프로그램매매는 지난 6일 이후 9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이어가며 이 기간 중 누적 순매수 규모를 5조5,259억원까지 늘렸다. 이로써 프로그램 순매수규모는 이달 들어 6조731억원, 지난달 27일 이후부터는 7조2,253억원으로 증가했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매수세에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3.4%, 지난달27일 이후에는 9.2% 상승하며 한때 1,95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같은 국내 증시의 강세는 유럽과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내 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글로벌 유동성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급격히 유입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뿐 아니라 대만이나 인도 등 글로벌 이머징시장도 강세를 보이는 것을 보면 외국인들의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럽 쪽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들이 나와 리스크가 진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미 풍부한 유동성이 위험 자산으로 쏠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한국 관련 펀드로 분류되는 글로벌이머징마켓펀드(GEM)로 31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까지 자금이 빠져나가던 GEM펀드로 최근 한달 사이에 자금 유입이 크게 늘었다"며 "글로벌 한국 관련 펀드의 자금 유입 흐름과 국내 프로그램 비차익거래 매수가 거의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프로그램 매수세가 앞으로 계속될 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유럽 위기의 해소 또는 글로벌 경기회복 등 펀더멘털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 글로벌 정책에 따른 기대감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변수에 변화가 생길 경우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연구원은 "올해 1~2월 외국인이 10조원 가까이 순매수 했지만 대외 환경의 변화가 나타나며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간 바 있다"며 "결국 글로벌 정책 효과나 경기 회복 정도가 외국인의 매매 방향성을 결정할 변수"라고 지적했다.
최근 프로그램 매수세가 장지자금보다는 단기 자금인 차익거래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이달 들어 프로그램 비차익매수규모는 2조5,000억원 수준인 반면 차익 매수는 3조5,000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게다가 비차익거래 중 상당 수준은 비공식적 차익거래일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비차익거래로 이뤄지고 있는 프로그램 매매 중에는 차익거래가 변형된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라며 "
하지만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비차익 순매수가 늘었다는 점에서 국내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해석하며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비차익거래에서 1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표면적으로 국내 증시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시각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