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또 국민은행 전산 시스템 교체 컨설팅을 진행했던 언스트앤영 등 이 사건에 개입된 외부 업체들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위원, 국민은행 사외이사 전원에 대해 계좌 조회에 나섰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관련법에 따라 검사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은행 등에 요청해 조사 대상자의 계좌를 조회할 수 있다.
금감원이 임 회장 등 KB금융그룹 수뇌부에 대해 계좌 조회까지 나선 것은 이번 사건의 파장이 이렇게 커진 데 리베이트 문제가 개입됐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KB금융지주 측은 "아직 유닉스시스템을 운영할 업체도 선정되기 전"이라며 리베이트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정 감사의 감사보고서에는 지주 측 임원과 외부 컨설팅업체가 주고받은 수상쩍은 메일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외부 컨설팅업체이자 유닉스로의 교체를 주도했던 언스트앤영에 대한 조사도 이번 사건을 규명하는 데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같은 차원에서 이 행장과 정 감사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IBM은 그간 한국 금융권에 막대한 로비력을 동원해 영향을 행사해왔다"며 "금감원이 이 행장과 정 감사가 IBM 측과 연결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조사를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0일 다시 열리는 국민은행 이사회는 그간 사외이사들이 안건으로 채택하기를 거부했던 정 감사의 감사보고서를 채택해 논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이미 이 보고서를 근거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데다 사외이사들 입장에서는 보고서 채택을 계속해서 거부할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들은 당초 별도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정 감사의 감사 과정 등을 파헤치자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