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저성장' 공존현상 65년 英서 용어 첫 등장 [글로벌 포커스] 스태그플레이션이란美·英 1·2차 오일쇼크때 2차례 겪어 뉴욕=권구찬 특파원 chans@sed.co.kr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곳은 영국이다. 보수당 출신의 레인 맥레오드 재무장관은 지난 65년 11월 하원 연설에서 "영국은 물가상승(inflation)과 경기침체(stagnation)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우리는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빠졌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당시 영국의 상황은 본격적인 의미의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다. 저성장ㆍ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물가상승 발 경기침체를 의미한다. 또 일시적인 외부 충격 이외에도 공급과 수요부문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저성장ㆍ고물가 현상이 공존하는 기간도 '상당기간' 장기화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당시 미국과 영국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2~3년간 지속됐다.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은 지난 73년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1차 오일쇼크에서 비롯됐다. 국제 유가가 1년 새 4배가량 천정부지로 치솟자 물가 상승으로 구매력이 떨어진 미국과 영국의 근로자들은 임금 상승을 요구했다. 기업이 이를 수용하다 보니 수익은 하락하고 투자여건은 약화되면서 경기침체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당황한 미국과 영국 정부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책을 동원하자 경제 상황은 더 꼬였다. 총수요 확대책이 시행되자 물가는 더 오르고, 이에 따라 임금 인상 요구는 더 강해지는 '물가-임금-성장의 악순환'이 발생한 것이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라는 모순적 경제상황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던 탓에 정부의 대응이 서툴렀다. 1차 오일 쇼크가 발생한 73년 미국의 4분기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8.4%에 달했다. 이는 70~72년 3년 평균 물가상승률 4.5%의 두 배에 육박한다. 경기부양책이 본격화한 74년에는 11%까지 더 올랐지만 미국은 그 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은 75년 들어서야 마이너스 성장을 면할 수 있었고, 물가상승률은 한 자릿수 대로 낮아졌다. 영국은 미국 보다 악순환의 고리가 더 깊었다. 유가 충격을 미국보다 많이 받기도 했지만 근로자의 임금 상승이 과도한 측면도 크다. 영국의 물가는 73년 9%로 치솟은 데 이어 74년 15%, 75년 24%로 갈수록 높아졌다. 미국의 1차 스태그플레이션이 2년에 그친 데 비해 영국은 3년 가량 수렁에서 허우적거렸다. 79년 2차 오일쇼크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도 영국은 미국보다 성장률은 낮고 인플레는 더 높았다. 입력시간 : 2007/11/14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