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맡긴 금융자산을 증권사들이 전적으로 맡아 운용해주는 `일임(一任)형 랩 어카운트(Wrap Accountㆍ종합자산관리)`가 이르면 다음주부터 시작되면서 증권사들의 고객유치 및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앞으로 투자자문만을 해주던 기존 패턴에서 벗어나 고객의 투자성향을 파악하고 자산을 배분, 직접 운용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증권사의 리서치 및 자산운용능력에 따른 우열이 가려질 것으로 전망되며, 기존에 자산관리형 영업을 해오던 전환증권사(기존 투자신탁증권) 및 은행 프라이빗뱅킹(PB)과 고객 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증권 및 투신업계에 따르면 삼성ㆍLG투자ㆍ대우ㆍ미래에셋증권 등 4개사가 금융감독원에 랩 어카운트 등록신청을 했으며, 굿모닝신한ㆍ한국투자증권 등이 등록신청을 준비 중이다. 삼성 등 4개 증권사는 심의를 거쳐 이번 주 중 일임업 승인을 받을 예정으로, 이르면 다음주 초부터 일임형 랩 어카운트 서비스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랩 어카운트는 주식 등을 사고 팔 때 마다 수수료를 내는 일반 위탁계좌와 달리 고객이 맡긴 자산을 기준으로 일정의 보수(fee)를 내는 종합 자산관리 계좌를 말한다.
일임형 랩 어카운트는 고객이 금융자산을 맡기면 증권사 등이 알아서 운용하고 대신 운용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지난 2001년 2월부터 투자자문을 해주고 최종 투자결정은 고객이 직접 내리는 자문형 랩 어카운트가 시행되고 있으며 이번에 일임형 랩 어카운트가 시행됨에 따라 본격적인 랩 어카운트 시대가 열리게 됐다.
일임형 랩 어카운트의 가장 큰 특징은 증권사에 금융자산의 배분 및 운용 전체를 일임한다는 것이며, 투자대상도 주식ㆍ채권ㆍ수익증권ㆍ뮤추얼펀드에서 선물ㆍ옵션과 주가연계증권(ELS) 까지로 확대됐다. 현재 증권사들이 준비중인 상품의 종류도 다양해 앞으로 투자자들의 상품 선택 폭도 넓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일임형 랩 어카운트를 이용할 때
▲자신의 투자성향과 목표에 맞는 정확한 투자상담
▲증권사의 신뢰도 및 시스템
▲수수료율 등을 꼼꼼히 체크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일임형 랩 어카운트가 시행되면 증권사들은 기존에 자산관리형 영업을 해오던 전환 증권사 및 은행권의 PB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짜는 일종의 맞춤형 서비스라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전환증권사의 자산관리 영업 담당자는 “일임형 랩 어카운트라고 이름만 붙이지 않았을 뿐이지 기존에 투신권이 해오던 영업방식과 근본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며 “회사별 시스템과 운용 능력 등에서 큰 차이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일임형 랩을 신청한 한 증권사 관계자도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에 자산관리 서비스를 해오던 전환증권사와 시스템에서 앞서는 일부 대형사들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