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로존 등 선진국들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90년대 말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소득세를 줄이고 복지비용을 늘린 미국과 유로존이 이제는 ‘재정적자 악령’에 시달리며 돌파구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올해 4,500억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공약을 내거는 등 재정적자 감소가 대선의 핵심이슈가 되고 있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로존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3%로 재정적자 규모를 제한하고 있는 유럽연합(EU) 성장ㆍ안정협약이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이 규정을 완화하는 대신 개별국가별로 순차적으로 재정적자를 줄여나가는 쪽으로 개정안을 만들 계획이다.
미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하는 4,50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예산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있다. 리서치기관인 ISI는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10년 후에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3조2,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를 통해 사회복지를 줄이고 개인책임을 강조하는 등 ‘작은 정부’를 천명하며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케리 후보도 감세제도 철폐를 통해 예산재원을 마련하고 임기 내 적자규모를 절반으로 줄인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유로존도 발등에 떨어진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탈리아는 재정적자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제신용평가회사로부터 신용등급 하향조정당했고 독일 등 EU 주요 경제국들도 GDP의 3%로 제한하고 있는 적자를 관리하지 못해 제재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급기야 EU집행위원회는 ‘3% 상한선’ 제한이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재정적자 규정을 완화하는 대신 자발적으로 재정적자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할 방침이다. EU 재무장관들은 오는 10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정안을 집중 논의하게 된다. 위원회는 개별국가의 적자규모와 경제성장, 인구분포 등 이질적인 요인이 많아 3% 상한선 제약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국유재산 매각, 노령연금 동결, 혁신부문 투자 등 개별국가의 구조개혁 추진 여부에 따라 재정적자 감소 폭과 속도를 신축적으로 운용하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