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국경제 최대과제는 국유부문 개혁”

■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홍인기 지음/박영사 펴냄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1970년대 후반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은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라는 실용주의노선을 전면에 내세우며 경제 개혁을 단행했다. 전격적인 대외개방으로 `죽(竹)의 장막`이 활짝 열렸고, 사회주의 계획경제에는 시장경제의 새 기운이 불어넣어졌다. 이후 중국경제는 20여년간 연속으로 10%안팎의 고도성장을 질주해왔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 경제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일본도 끝 모를 불황에 허덕이던 지난해도 중국경제는 8%의 급성장을 기록, 현존하는 세계 유일의 성장엔진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도 7.9~8.2%의 성장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듯하고,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이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를 거치면서 중국의 비약적 성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흑묘백묘론`을 앞세운 덩샤오핑의 실용주의는 실로 놀라운 기적을 창조해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결합, 즉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천재적인 발상이었다. 그러나 이질적인 두 요소의 교합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내재해 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며, 중국경제의 한계를 함축적으로 시사한다. 체제를 지키려는 사회주의의 구심력과 이를 이탈하려는 시장경제의 원심력은 서로 대립하면서 한편으로는 기적적인 성과를 냄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수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신간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국내외의 디플레 위험, 국유상업은행의 불량채권 누적,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 도시와 농촌간의 소득격차와 실업문제 등을 중국 경제가 풀어가야 할 과제로 제기한다. 저자는 홍인기 서강대 겸임교수. 그는 1993년부터 1999년까지 증권거래소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한해 수 차례씩 상하이와 선전, 베이징의 증권거래소와 증권회사들을 방문하고 주룽지 중국 총리를 비롯한 중국 경제와 증권시장을 이끄는 지도자들과 교류하면서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인 증권시장이 어떻게 발전하는가에 커다란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그의 10여년에 걸친 중국의 경제와 증권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거래소 이사장직을 떠난 뒤 비로소 60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본격적인 중국증권시장 연구서인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결실을 맺었다. 저자는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궁극적으로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지향하면서도 과도적 방법론으로 `선부론(先富論)`을 적용해 나감으로써 빚어지는 내재적 충돌과 문제점들을 열거하고 있다. 우선 국유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정부의 지원은 중국은 물론, 국제적인 디플레이션의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다. 개방정책 이후 중국정부는 국유상업은행을 통해 국유기업에 대한 `배급식 융자`를 실시해 왔는데, 이는 국유기업의 무분별한 과다설비 투자와 과당경쟁을 유발하고, 그 여파로 소비자물가의 지속적 하락, 실업과 개인저축의 증가, 공급에 대한 수요의 감소 등이 이어져 디플레이션의 위험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내수진작 정책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국채의 과다발행으로 자금수급의 곤란을 받게 되는 `크라우딩 아웃`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저자는 이밖에 국유상업은행의 눈덩이 같은 불량채권, 도시와 농촌의 발전격차, 계층별 소득격차 등을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증폭된 중국의 현안문제로 지적한다. 비약적인 경제성장과 더불어 급성장을 거듭했던 중국 증권시장이 2000년 중반 이후 급락세로 돌아선 것도 국유부문의 부실과 무관하지 않다. 저자는 중국 증권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국유기업의 시장독점과 “시장을 통제 가능하다”고 보는 당국의 사회주의적 관점을 꼽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장 국유기업의 민영화와 국유 및 사유기업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 증시의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외국기관투자가의 자유로운 투자를 유도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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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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