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군사시설 규제완화 속도 낸다

행자·국방부-지자체 협의체 설립

평화누리길·동서횡단 고속도로 등 추진 탄력

#1. 강원도 휴전선 인근 지역에 사는 A씨는 자신의 2층짜리 집에 삼각형 형태의 지붕을 설치하려다가 크게 실망했다. 관할 부대장이 포탄 발사지점으로부터 타격선상에 위치할 수 있다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의 집 주변에는 10층 이상의 고층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다.

#2. 경기도 군사보호구역에 살고 있는 B씨는 얼마 전 자신이 소유한 3만㎡ 임야에 건축물을 지으려다 관할 부대장의 불허 방침에 고개를 떨궜다. B씨의 땅 가운데 1,000분의1에 불과한 30㎡에 군 참호가 있다는 게 불허 이유였다.


현 정부가 출범한 후 각종 규제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군사보호시설의 규제완화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와 강원도 등 휴전선 인근의 접경지역은 각종 시설물 설치 등과 관련한 권한이 사단장 등 부대장에게 있다 보니 지역과 인물에 따라 들쭉날쭉해 안보와 재산권 간 충돌 문제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 같은 접경지역의 각종 군사시설 규제완화와 관련해 정기적인 상설협의체 구성에 나설 방침이어서 앞으로는 군사시설 규제완화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접경지역 주민의 생활, 재산권 행사 등과 관련, 각종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행자부와 국방부·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정기협의체 설립이 추진된다. 그동안 군사시설 규제개선과 관련해서는 지엽적이거나 간헐적으로 지자체와 부대(국방부) 간의 협의에 그쳤지만 앞으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규제개혁 대상으로 받아들여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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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역시 군사시설 규제완화를 내부과제로 선정해놓고 있어 이르면 내년 초부터 정기협의체가 가동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행자부 지역발전과의 한 관계자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경우 안보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각종 불합리한 규제에 막혀 편익과 재산권 행사에 문제가 많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이에 대해 지자체를 넘어 중앙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행자부가 접경지역 지자체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심의 처리기간(30일)이 초과한 사례가 빈번하고 동일한 지역에서조차 관할 사단에 따라 별개 기준이 적용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옛 군사작전지도에 따라 현실과는 딴판인 군사시설보호구역의 관행이 유지되거나 지자체들이 인프라를 구축할 때도 과도한 시설 설치를 요구하는 조건부 동의 관행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접경지역은 경기와 강원 지역 15개 시군이 포함돼 있어 이들 지역의 전체 면적만도 8,097㎢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다. 특히 민간인통제선의 경우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휴전선 이남 5~20㎞ 내외 지역으로 이는 각종 건축물과 관련해서는 군부대와 협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앞으로 민군 정기협의체가 가동되면 주민들의 재산권 관련은 물론 평화누리길 활용이나 동서횡단 고속도로 건설, 민통선 구역 조정 등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는 각종 대형 정책까지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기호 새누리당 국회의원(철원·화천·인제·양구)은 "군사시설 규제완화가 국방부뿐만 아니라 지자체, 그리고 이를 관할하는 행자부 등이 함께할 경우 효과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각종 비합리적인 군사시설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민군의 정기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협의가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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