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결손가정 아이와 농촌나들이

얼마 전 주말농장에서 채소모종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보니 지인(知人)으로부터 e메일이 와 있었다. 메일은 PC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어느 날 ‘꼬마 천사’를 만난 일화를 소개한 것으로 가정의 달 결손가정 아이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가슴 뭉클한 사연이었다. 그 메일에 따르면 꼬마 천사가 PC방 점원에게 손에 꼭 쥔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건네며 “10분만 인터넷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떼를 썼다. 하지만 점원은 “500원이 있어야 30분을 사용할 수 있다”며 꼬맹이의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러자 꼬맹이가 갑자기 “하늘나라에 계신 저희 아빠한테 편지를 써야 된단 말이에요”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점원은 초롱초롱한 꼬맹이의 눈망울에 가슴이 짠해져 한 자리를 내어주고 꼬마가 건네는 100원을 받았다. 정확히 10분이 지나자 꼬맹이가 다가와 “형아, 저 다 썼어요. 하늘나라에 보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그 꼬맹이가 쓴 편지 내용은 이렇다. “TO. 하늘에 계신 아빠 아빠, 저 승우예요. 아빠, 거기는 날씨가 어때요? 많이 따뜻해요? 아니면 많이 더워요? 여기는 너무 추워요. 아빠, 진지는 하셨나요? 저는 조금 전에 할머니가 밥을 차려주셔서 콩나물이랑, 김치랑 많이 먹었어요. 아빠, 이제는 제 편지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어제 할머니 약 사드리고 남은 돈 100원으로 PC방에 와서 아빠한테 편지 쓰니까요. 아빠 많이 보고 싶어요. 제 꿈속에서라도 아빠 보고 싶은데, 저 잘 때 제 꿈속에 들어와주시면 안 되나요? 아빠 저 이제 그만 써야 돼요. 다음에 또 편지할게요. 세상에서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승우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한테 드림.” 요즘 승우 같은 편모 또는 편부 슬하에 자란 결손가정이 있는가 하면, 부모가 헬리콥터 프로펠러처럼 자녀의 주변을 맴돌며 간섭을 멈추지 않는 헬리콥터 보이(Helicopter boy)가 있다. 하늘나라에 편지를 쓰고 있는 승우에게는 헬리콥터 부모가 사치일 수밖에 없다. 5월은 가정의 달인데도 승우에게는 사소한 일에까지 꼬치꼬치 신경을 써주는 깐깐한 아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승우에게 무슨 헬리콥터 아빠가 필요하겠는가. 부자 아빠도 필요 없다. 단 며칠이라도 결손가정 아이들을 초청해 농촌나들이 체험행사를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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