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둔화되는 독일 경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여러 차례 올해 독일이 '매우 양호한' 경제성장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해왔다.그러나 불행하게도 슈뢰더 총리의 희망에 동의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경기전망이 악화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해 4ㆍ4분기 독일의 국내총생산은 전분기보다 고작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금감면이 현재 독일경제 성장을 조금이나마 유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독일은 지난 2000년에 그랬듯이 2001년에도 유럽연합(EU) 국가들 가운데 가장 성장률이 낮은 국가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독일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당면한 원인은 미국의 경기둔화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급감하면서 지난 1월 독일의 대미수출은 전달에 비해 6.8%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미 경기둔화가 독일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이다. 독일 전체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며 57%의 독일 수출품이 판매되는 EU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건실한 편이다. 이런 대외조건보다도 더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은 노동시장이다. 독일의 지난해 성장률은 프랑스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독일의 신규 일자리 창출 숫자는 프랑스보다 훨씬 적었다. 최근 발표된 고용 관련 통계는 이런 우려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독일정부는 지난 6일 실업률이 두달 연속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근저에 깔린 문제는 독일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유로 단일통화 출범 당시 통화가치가 높게 산정된데다 옛 동독 지역의 임금을 통일 당시 서독 수준과 균등하게 맞추면서 발생했다.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독일은 이 같은 약점을 높은 노동생산성 증가와 유연한 노동시장으로 상쇄시켜야 한다. 유연한 임금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 긍정적인 소식이 있다. 상당수 독일 노동자들은 지역적 임금차별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임금교섭이 억제되면서 실질임금은 하락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수요를 억누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사회안전 공헌금이 감소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러나 노동조합을 달래기 위해 슈뢰더 총리는 환영받지 못할 새로운 규제들을 상당수 도입했다. 그가 새로 도입한 정책들 가운데는 단기 노동계약을 규제하고 파트타임 노동자들의 권리를 확대하는 것들이 포함돼 있다. 이는 대다수 국가들, 특히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프랑스만 해도 신규 일자리의 가장 중요한 원천은 파트타임 및 임시직 노동자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쟁력을 갉아먹는 조치다. 슈뢰더 총리는 경제상황에 좀더 잘 반응하는 노동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새롭게 다짐하는 것만으로도 경제가 성공할 수 있다고 강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총선이 내년으로 다가왔다 해도 이는 공허한 희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파이낸셜타임스 3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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