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국에 못지 않은 EU와의 FTA협상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이번주 안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공식 개시를 선언하고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다. 협상분과는 일단 상품, 투자ㆍ서비스, 규범, 분쟁해결 등 4개 분야로 나누고 세부 분야는 오는 7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1차 협상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ㆍEU FTA는 교역 규모로 보나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보나 한미 FTA 못지않게 중요하다. EU는 지난 2005년에 GDP 규모가 13조5,000억달러로 미국의 12조5,000억달러보다 많았고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도 지난해 492억달러로 미국의 432억달러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실행관세율 측면에서 보면 4.2%로 3%대인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FTA를 통해 누릴 수 있는 관세철폐 혜택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 관세의 경우 미국이 2.5%, 우리나라가 8%인 데 비해 EU는 10%인 점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한편 EU에는 우리 기업이 적응하기 힘든 갖가지 비관세장벽이 적지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전기전자제품 폐기물(WEEE) 지침의 경우 제품 생산자가 회수와 재생을 책임지도록 규정해 역외의 수출업자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고 6월부터 시행될 신화학물질 관리정책(REACH)은 연간 일정량 이상 수입되는 화학물질을 대상으로 생산자 및 수입자의 정보등록을 의무화해 석유화학에서 의약ㆍ반도체 업계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REACH 제도가 화학물질은 물론 제품에 포함된 화학물질의 유해정보까지 등록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EU의 통합규격인증마크(CE)도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EU 또한 그동안 자동차 분야에서 우리에게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OBD)의 장착의무 적용을 유예하고 EU식 안전기준 등을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한ㆍEU FTA의 성공 여부는 EU에서 관세양허를 많이 받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관세장벽에서 얼마나 유리한 합의에 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한ㆍEU FTA가 성공하면 우리의 수출 여건은 획기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정부는 한미 FTA 때에 비해 너무 줄어든 우리 협상단 규모를 늘려 한ㆍEU FTA 협상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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