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MK 석방으로 현대차 수사 사실상 종결

'연료' 바닥난 용처 수사…'꼬리 자르기' 해석도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그룹 회장이 28일 법원에서 보석 허가를 받게 됨에 따라 석 달 가까이 진행된 현대차 비자금 수사는 사실상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재판부는 정 회장이 형사 책임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김동진 부회장 등관련자 수사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보석을 허가했다고 밝혀 우회적으로 검찰 수사가 더 확대되지는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비자금 용처와 관련해 검찰이 계속 현대차를 압박해야 할 상황이었다면 법원에수사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의견을 강하게 전달했겠지만, 재판부의 판단을 보면 그런부분을 참고한 흔적은 엿보이지 않는다. 재판부가 보석 신청을 접수한 뒤 27일만에 허가한 것도 검찰의 수사 기록 등을살펴보고 향후 수사의 강도와 정 회장 구속 필요성의 상관 관계를 면밀하게 검토하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보석 사유만 놓고 보면 정 회장이 풀려난 뒤 비자금 용처 수사 중 세간의 이목을 끌 만한 사안이 터지면 보석을 허가한 재판부도 난처해질 수 있는 만큼 고심을거듭한 모습이 역력하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석방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법원에서 충분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용처 수사가 일부 남아있지만 큰 지장은없다"고 말해 큰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됐음을 내비쳤다. 검찰은 용처 부분과 관련, ㈜위아 등 부실 계열사의 부채탕감 로비 부분에 집중해 금융권으로 수사를 확대했으나 이번 보석 결정으로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성과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처지에서는 정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났고,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기소유예로 사실상 형사 처벌을 피하는 등 최대한 방어권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이상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비자금 용처와 관련해 이미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 국장과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 정대근 농협중앙회장 등이 구속돼있어 현대차로서는 추가로 관련자들이 드러나면 대외적으로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검찰이 정 회장의 영장 내용에 기재했던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나 금융브로커 김재록씨와 연관된 의혹은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어 수사가 이대로 마무리되면 논란거리로 남게 될 전망이다. 검찰은 현대차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김재록씨를 통한 정ㆍ재계 로비 의혹은 내내 `수사 중'이라는 원칙만 밝혔을 뿐 성과물을 내놓지는 못했다. 정 회장이 정식으로 경영에 복귀하고 대외 활동을 재개하게 되면 정 회장 부자나 현대차 임원들을 소환해 용처 부분을 수사하는 것도 검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 회장 보석으로 비자금 용처 수사가 정치 자금이나 정ㆍ재계 로비의혹 부분은 남겨 둔 채 `꼬리 자르기' 식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검찰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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