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7월 14일] 위기대응 문제 드러낸 피격사건

지난 11일 금강산에서 발생한 관광객 피격사건의 처리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보여준 대응은 위기대응 시스템 전반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당장 국회 개원연설을 통해 북과의 전면적인 대화재개를 제의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쇠고기 파동에 이어 또 한번 국정최고책임자로서 리더십에 상처를 받았다. 북한군에 우리 국민이 피격된 사실을 알고도 개원연설에서 대북 대화를 제의한 것은 모양새도 모양새지만 어떤 논리를 동원하더라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워보인다. 피격사건이 발생한 만큼 개원연설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대북 정책 기조변화 발표를 미뤘어야 옳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연설 강행을 주장한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도 무언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돼 있다. 판단 실수는 당장 북한이 13일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이 대통령이 6ㆍ15공동선언과 10ㆍ4정상선언의 이행문제를 협의하자고 한 제안에 대해 “과거의 합의들과 뒤섞어 어물쩍 넘겨버린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악영향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늑장보고’도 문제가 됐다. 사건이 발생하고 북측이 현대아산에 사실을 통보하는 데 4시간20분이 걸렸고 이후 현대아산이 통일부, 통일부가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에 연결하고 다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데 무려 8시간30분이 걸렸다. 여기다 정부발표까지 하면 사건발생 11시간이 지나서야 우리 국민들은 금강산에서의 관광객 피격사실을 알게 됐다. 청와대 측은 이 같은 늑장보고에 대한 사과보다는 “엇갈린 첩보를 정확히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거나 대북 전면 대화제의와 피격사건은 “별개사안으로 분리 대응해야 했다”는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촛불시위 등이 소강국면에서 들어가면서 쇠고기 파문으로 상실된 국정주도권 회복을 위한 ‘국면 전환카드’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각 수석실마다 다양한 카드들을 책상에 올려놓고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새로운 카드를 만들려는 ‘아이디어’보다는 정부로서 기본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요구인 것 같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고유가 등 국내외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국민적인 단결이 필요하다. ‘국난극복’을 위해, 국민의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정부는 기본 중에 기본인 국민의 생명과 안보부터 제대로 챙겨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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