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문의 금융권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가계와 영세사업자ㆍ민간 비영리단체 등을 포함한 개인부문 부채잔액이 약 502조원으로 지난 6월 말에 비해 1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금융부채 대비 자산비율은 2.08로 지난해의 2.06에서 미미한 개선에 그쳤고 부채상환능력을 감안한 적정수준 2.4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본의 4.11이나 미국의 3.43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일 뿐 아니라 지난 99년 1ㆍ4분기의 2.91에 비해서도 크게 악화됐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붐과 카드 남발이 이어지면서 2001년 이후 급격하게 늘어났다. 2002년 이후 명목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부채조정이 현재 속도로 진행되면 앞으로 4년 정도가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가계부채 조정이 이처럼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는 고용소득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내놓은 공식적인 실업률은 3.3% 수준이지만 구직 단념자를 포함한 노동력의 불완전활용도는 6.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실업률 3.7% 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다. 올해 실업급여 신청자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라는 사실만 보아도 고용사정이 얼마나 나쁜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새해 경제운용의 최우선 목표를 실업 해소에 두어야 할 것이다. 갈수록 고용유발효과가 낮아지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감안한다면 실업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최소한 5% 이상의 고성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고용소득이 늘지않아 가계부채 조정이 빨리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소비회복은 기대하기 어렵고 따라서 정부가 목표로 삼는 내년도 5% 성장도 달성하기 힘들 것이다. 아울러 과도한 가계부채가 금융부실 등 경제불안요인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용관리 강화 등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