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밀켄 글로벌 컨퍼런스] 루비니 "우크라, 최대 테일 리스크… 유로존 재침체 확률 70%"

■ 화두로 떠오른 우크라 사태·중국 경기둔

추가 제재·러 천연가스 공급중단 땐 유럽 타격

中 금융시장 보호막 못갖추면 파탄 시작될수도

다이아몬드"우크라·러 갈등 직접 충격 없을 것"

미국 등 회복세 완연… 글로벌 경기 낙관론도

'밀켄 글로벌 컨퍼런스'의 개막 첫 세션인 '미지근한 시기에 모멘텀을 기다리며'라는 주제의 패널 토론에서 주민(오른쪽)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의 발언을 테리 더피(왼쪽부터) CME 회장, 알렉산더 프리드먼 UBS AG 최고투자책임자(CIO), 조슈아 해리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공동 창업자, 제임스 매코건(오른쪽) 프린시펄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앨런 하워드 브레번하워드 창업자가 듣고 있다. /비벌리힐스=최형욱특파원

올해 '밀켄 글로벌 컨퍼런스'에 모인 월가 거물들을 사로잡은 화두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국 경기 둔화였다. 글로벌 경제에 드리워진 이 두 가지 불확실성이 테일 리스크(tail risk)로 진화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테일 리스크는 발생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는 위험을 뜻한다.

과거 수년간 컨퍼런스 주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재정위기,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 상향 조정 불발이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파장 등 주로 선진국 문제에 집중됐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유로존도 이제 막 경기침체에서 탈출하면서 과거와는 정반대로 신흥국 위기에 초점이 모아진 셈이다.


◇"유로존 재침체 확률 70%"=이번 컨퍼런스에서 비관론을 쏟아낸 인물은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였다. 그는 올 들어 글로벌 경제나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 낙관론을 펼쳐 "전향했다"는 평가까지 받더니 최근 여러 악재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무시무시한 경고를 쏟아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루비니 교수는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의 최대 테일 리스크는 우크라이나 사태"라며 "아직도 경기회복세가 위태로운 유로존 경제가 다시 침체로 들어갈 확률은 (10분의) 7"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매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점령할 수도 있다"며 "유럽의 러시아 추가 제재,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등의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간신히 침체에서 벗어난 유럽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방과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에 나서는 등 사태가 확산되면서 선진 금융시장, 특히 유로존으로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루비니 교수는 또 하나의 빅 테일 리스크로 중국을 꼽았다. 그는 "중국 성장률이 올해 7%를 가까스로 넘기고 내년에는 6.5%, 오는 2016년 6% 아래로 떨어지는 경기둔화 시기가 앞으로 몇 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금융이 붕괴될 경우 성장률이 3~4%선까지 떨어지는 경착륙은 아니더라도 시장 컨센서스인 7.5%에 한참 밑돌면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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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국 정부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척결 차원에서 섀도뱅킹(그림자금융) 시스템하의 몇몇 기관을 파산시키려 하지만 보호막을 갖추지 못하면 자칫 금융파탄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도 리스크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월가에서도 시장이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에 사로잡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조슈아 해리스 창업자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나 중일 갈등 등 가장 큰 리스크가 시장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며 "양적완화에 싼 자금이 넘쳐나면서 투자가들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경기 낙관론 지배=다만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테일 리스크는 말 그대로 발생 가능성이 낮은 잠재위험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밥 다이아몬드 애틀러스머천트캐피털 창업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갈등이 유럽에 영향을 주고는 있지만 직접적인 충격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 역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에 대해 "중국 지도자들은 섀도뱅킹, 지방 악성 부채 등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고 개혁 의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선제대응에 힘입어 금융위기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도 이날 컨퍼런스 도중 "잠재 성장 측면에서 중국만큼 분명하고 흥분되는 시장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상하이디즈니랜드에 8억달러의 추가 투자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일부 리스크 요인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가 완연하다는 낙관론이 주류를 이뤘다. 빌 사이먼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미 소비지출이 겨울 혹한 등의 여파로 부침을 보이지만 고무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소비심리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에릭 스피걸 지멘스 회장 역시 "미 경제가 내년에 회복속도가 올라가면서 정말로 대단한 해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루비니 교수 역시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제 자체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선진국의 평균 성장률은 올해 2%에 이르고 신흥국도 다소 평탄치 않은 시간을 보내겠지만 여전히 5% 정도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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