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심화로 채권시장이 얼어 붙은 데다 은행권마저 경기침체를 이유로 대출을 조이고 있어 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시장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기업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은행들의 대출 회수가 잇따르면서 가뜩이나 자금사정이 좋지않은 기업들의 목을 조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은 지난 몇 년간 지속된 신용시장의 버블로 채권시장에서 쉽게 자금을 조달해왔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여기다 대출 손실이 불어날 것으로 우려한 은행들이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으면서 기업들을 부도로 내몰고 있다. 은행들의 자금 회수는 중소기업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공기청정기 및 마사지 의자 제조업체인 샤퍼 이미지와 부활절 바구니 같은 선물용품을 제조하는 릴리언 버논도 자금 압박으로 파산신청을 했다. 많은 중소기업이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감소의 여파로 대출 이자를 연체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영화대여 업체인 블록버스터와 해산물 레스토랑 체인인 랜드리스 레스토랑도 포함돼 있다. 기업구조조정 회사인 알라레즈 앤 마셜의 스코트 브루베이커 이사는 "최근 2~3년 동안 대출만기를 연장했던 상당수 기업들이 신용시장의 경색 및 경기침체 우려로 만기를 연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들어 기업들의 부도 및 파산신청 건수는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회사채 부도 규모는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에 육박했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에 따르면 올들어 대출연체 위기에 처한 기업들은 41개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전체 건수인 25개를 크게 웃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대출 회수는 기업자금 조달시장의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구조조정 회사인 밀러 버파이어의 헨리 밀러 회장은 "은행들은 기존 대출의 손실을 만회하기 전까지는 신규 대출을 자제할 것"이라며 "기업 부도의 도미노가 이미 시작됐으며 올 가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대 경영대학원 에드워드 알트만 교수는 "하이일드 채권, 레버리지 론, 비은행 대출채권 등을 포함해 올해 또는 내년 말까지 전체 회사채 부도 규모는 2,2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의 수출신용기관인 율러헤르메스는 전 세계적인 신용경색과 주택경기의 퇴조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기업들의 파산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르메스는 지난해 선진국의 파산이 11% 감소했지만 올해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 등의 영향으로 5%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