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에서 글로벌 부채 규모가 지난해 6월 말 100조달러를 넘어섰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금리가 오를 경우 세계 경제 회복세에도 지장이 우려된다.
BIS는 특히 신흥국의 경우 환율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어 거시경제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기준금리의 향방을 미리 알려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포워드가이던스(선제안내)는 위험투자를 부추겨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BIS는 올 3월 분기 보고서에서 60개 주요 중앙은행을 조사한 결과 글로벌 채권 규모가 지난해 중순 100조달러로 지난 2007년 중순의 70조달러보다 43%나 늘었다고 밝혔다.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 은행 구제금융 등을 위해 국채를 대거 발행한데다 기업들도 싼 자금을 찾아 은행보다 회사채 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국채·기업채·모기지채권 등을 포함한 모든 채권 수익률은 선진국의 돈풀기에 힘입어 같은 시기 4.8% 초과에서 평균 2%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채의 경우 43조달러로 6년 전보다 80%나 늘었다. 이처럼 채권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은 오히려 줄었다.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53조8,000억달러로 금융위기 이전보다 3조8,600억달러 줄었다.
국가·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빚이 늘면서 부작용도 우려된다. 크레디트아그리콜의 피터 채트월 금리전략가는 "중앙은행이 물가상승 압박을 낮추기 위해 통화긴축에 나서면 채무상환 부담 증가로 아직도 지지부진한 경기 회복세를 더 지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BIS는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 등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이 올 들어 금리인상을 통해 통화가치 방어에 나선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BIS는 "지난해 중반 신흥국 위기는 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시사로 촉발됐지만 올 1월 혼란은 중국 경기둔화 우려, 신흥국 성장률 하락, 정치불안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며 "금리인상으로 금융시장의 혼란은 줄었지만 채무부담을 높여 거시경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와 달리 내부 문제가 부각된 상황에서 통화긴축은 신용위축 등 또 다른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BIS는 미국·유럽·영국·일본 등이 운용하는 포워드가이던스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예상치 못한 패닉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BIS는 "투자가들은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시점을 미리 알려줄 것으로 믿고 과도한 위험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선제안내 제도 아래서는 중앙은행들도 시장의 반응을 우려해 저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앤드루 필라도 BIS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가이던스의 특정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거나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면 금융 불균형을 조장하고 시장 파괴까지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투자가들이 가이던스가 예상에서 빗나갔다고 판단하는 순간 시장 패닉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해 9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양적완화 지속 방침을 밝히자 신흥국 금융시장이 대혼란을 겪은 바 있다. BIS는 최근 실업률에 연동된 가이던스를 바꾼 영국 중앙은행(BOE)에 대해서도 "선제안내를 빈번히, 크게 변경하면 중앙은행의 신뢰성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