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3월 2일] 밥그릇싸움으로 변질된 금융법안 처리

한국은행법 개정안 등에 대한 국회 논의과정을 보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올바른 법과 제도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고 온통 밥그릇싸움만 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한은에 금융기관에 대한 제한적 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놓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는 사안의 시시비비를 따지기보다 힘겨루기 양상을 보여 지탄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은법 개정안이 기재위를 통과하자 정무위는 최근 조사권을 부여하지 않고 한은 지급결제 업무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법안을 제출하며 맞불을 놓았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데 이 법안은 내용이 상충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과 정부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출구전략 등 정책 부조화도 심화되고 있다. 국회 내의 이 같은 힘겨루기로 정치계파 간 갈등이 증폭되며 한은 총재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무산됐다. 차기 한은 총재로 친이계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면서 친이ㆍ친박계 간 알력이 커지면서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물 건너가고 말았다. 문제는 기재위가 한은의 은행감독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서 비롯됐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한은의 늑장대응이 문제가 되자 엉뚱하게 감독권을 핑계로 한은의 은행감독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해 기재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감독 체계를 금융감독원으로 일원화한 현행 제도에 어긋난다. 또 한은이 은행감독권과 공동검사권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한은의 검사권을 강화할 경우 피검사자인 은행이 이중 삼중의 부담을 안는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또 과거 한은에서 은행감독권을 행사하고 있던 외환위기 때 한은이 외환위기를 전후로 이렇다 할 대책이나 대응을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부실대응을 은행감독권 부재 탓으로 돌리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기관 감독권이 금융감독원으로 일원화된 현행 제도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한은에 대한추가 검사권 부여가 아니라 금감원과 한은 간의 공동검사권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정보공유 체제로 이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엉뚱한 핑계를 대고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는 풍조는 지양돼야 한다. 더구나 금융산업과 국민의 입장에서 엄정하게 법안을 심의, 처리해야 하는 국회가 이런 밥그릇 싸움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한은법 개정안을 비롯한 주요 금융법안을 둘러싼 국회 처리과정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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