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한국기업 성장사 마지막 책임지고 떠난다"
손길승 前SK회장 진술 "경영하자 관용 아쉬워"
손길승 SK그룹 회장은 최후 법정진술에서 “SK글로벌 사태와 정치자금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점에 마음이 착찹하다”고 말문을 연 뒤 “어두웠던 한국 기업 성장사의 마지막 책임을 스스로 지고 떠나겠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건전하고 강한 기업과 사심 없는 기업가가 나올 수 있도록 그동안 과정상의 하자는 이해해주는 사회적 풍토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담담하게 자신의 심정을 나타냈다.
손 회장은 “한국경제는 물론 SK가 직물공장의 중소기업에서 정유와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한 것은 왕성한 기업가 정신과 그룹이라는 독특한 경영기법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이 결과 모태기업에는 부실이 쌓였고 SK글로벌도 같은 이유로 부실이 발생했다”며 “외환위기 상황에서 5대그룹은 알아서 해결하라는 정부와 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특단의 조치로 소액주주가 없고 외부 파장이 적은 SK해운의 자금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SK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손 회장의 기업가 정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정상참작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여타 정치자금 수사 대상 기업에 비해 가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손 회장이 형을 마치고 나온 후 복귀를 원한다면 고문 등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앞으로 대외적인 행사에는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이 참석하고 최태원 회장은 내부 행사와 오너 참석이 요청되는 행사에만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수 기자 hskim@sed.co.kr
입력시간 : 2004-06-28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