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1월 23일]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파장과 대응

북한이 최근 지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게 원심분리기 수백개를 공개한 것은 핵을 앞세운 하나의 '벼랑 끝 전술'로 보인다. 핵 전문가인 해커 소장은 "북한 영변에 정교한 원심분리기가 설치돼 있고 초현대식 제어실까지 갖춘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북한이 플루토늄보다 진화한 방식의 핵폭탄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 카드를 꺼냄에 따라 북한 핵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렵고 복잡해졌다. 원심분리기는 핵무기 개발이 완성단계에 도달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플루토늄 추출방식은 원자로와 핵실험 등이 필요해 감시가 용이했다. 그러나 우라늄 농축방식은 소규모 지하공간에서도 제조가 가능해 감시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영변 핵시설에 원심분리기가 있다는 점을 모른 것은 북한이 다른 곳에도 이런 시설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6자회담 당사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허를 찌른 북한의 원심분리기 공개는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풀이된다. 3차 핵실험 가능성을 흘리고 경수로를 건설한다 해도 미국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새로운 핵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다. 또한 3대 세습체제 구축을 위해 고농축 우라늄 등 핵개발을 강행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동북아 평화를 해칠 우려가 큰 핵개발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원심분리기 공개로 북핵 문제 해결은 더 절박해졌고 이제 공은 한국ㆍ미국 등 6자회담 당사국 쪽으로 넘어왔다. 특히 '핵무기 없는 세상'을 지향해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는 큰 충격일 것이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급히 한중일 방문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6자회담 당사국은 미지근한 태도가 북한 핵 위기를 더 키웠다는 점을 반성하며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6자회담은 결과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 벌기를 도와준 셈으로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일방적인 북한 감싸기가 동북아 전체에 핵 재앙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정부도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북핵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대북정책의 근본틀을 다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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