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갈수록 커지는 고민은 바로 노후 불안이다.
몫 돈을 마련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데다 조기퇴직과 명예퇴직 등으로 노후까지 직장도 보장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네티즌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는 국민연금 문제도 앞으로 국민연금이 노후생활의 안전망이 될 수 없다는 불안감에 기인하고 있다.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다 하는 고민이지만 이에 대한 왕도나 지름길은 없다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로또와 같은 복권에 당첨돼 대박이 터지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노후를 준비하는 길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후준비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고른 뒤 자신의 처지에 맞게 꾸준히 불입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시중에는 다양한 개인연금상품인 ‘실버금융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정기예금 또는 신탁 형태로 운영되는 ‘실버 금융상품’의 특징은 예금 기간이 길고 나중에 연금 형태로 원리금을 받는 게 특징이다. 또 건강검진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제공된다. 단지 고려할 것은 부가서비스와 안정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많지만 예금이자나 신탁 수익률은 낮은 편이어서 투자대상으로는 적합치 않다는 것이다.
◇노후자금 얼마나 필요한가=전문가들은 노후설계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은퇴 후 노후생활에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60세 이후부터 노후생활을 한다고 계산하면 잔여수명은 남자의 경우 평균 13년, 배우자가 22년 정도다. 물론 최근 수명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노후생활 기간도 증가할 수 있다.
노후의 부부 공동 생활비는 현직 때 생활비의 50% 수준인 매월 약 100만원, 배우자가 혼자 생활해야 하는 9년 동안은 부부 공동생활비의 60% 수준인 월 60만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를 근거로 노후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산출하면 약 2억2000만원이다.
이밖에 의료비 및 긴급 예비자금, 자녀교육과 결혼을 위한 자금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3억원 정도는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년퇴직 후부터 추산하면 필요한 자금은 더욱 커진다. 여기에 노후 시점까지의 실질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이의 2배가 필요하다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물론 3억원에 이르는 큰 돈을 노후자금으로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따라서 최대한 매달 일정수준 이상의 수입원을 만들기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고 그것은 다양한 개인연금상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연금상품, 어떤게 있나=노후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중은행마다 상해보험 등 각종 부가서비스가 첨가된 퓨전 연금신탁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실버금융상품인 ‘케이비(KB) 실버웰빙 연금신탁’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실적배당을 하면서도 원금을 보장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 상해보험에 무료로 가입해주고, 매년 납입금액의 100% 범위 안에서 최고 240만원까지 소득공제도 가능하다. 적립 기간은 최저 10년 이상으로 수익자 나이가 55살 이상이 될 때까지 불입하고, 연금 지급 기간은 5년 이상 연 단위로 한다.
우리은행의 ‘뷰티풀 라이프 예금’은 정기예금과 노후생활 연금신탁을 합친 상품이다. 이 상품은 매년 실세금리로 자동 재예치하고, 재예치할 때에는 1년마다 0.1%의 건강우대금리를 얹어 준다. 또 우리은행은 삼성계열인 ‘365홈케어’와 제휴해 가입고객 모두에게 담당 주치의, 간호사, 운동처방사, 영양사를 통한 건강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미은행도 실버형 상품인 ‘웰빙 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노후생활 자금을 목적으로 거치식과 연금식을 결합한 퓨전 예금이다. 1,000만원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예금 가입금액에 따라 최고 1억원 한도로 상해보험 가입 및 유명 종합병원 건강검진 및 콘도 이용료 최고 50% 할인 서비스 등을 1년간 무료로 제공한다.
◇부유층은 유언신탁 이용을=노후대비는 단순히 퇴직 후의 삶만을 준비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삶을 마감한 이후의 재산처리 문제 등까지 꼼꼼히 대비해야 한다. 특히 최근 신탁법이 개정돼 종합재산관리신탁을 도입할 수 있게 되면서 상속과 재산분배에 신탁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여 관련 상품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유언서 작성에서 유언집행까지 유언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종합적으로 관리해 주는 'KB유언신탁'을 PB센터를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 유언신탁은 고객과 유언에 대한 상담을 통해 공정증서 방식으로 유언서를 작성하고, 은행에서 유언서를 맡아서 보관한다. 사후에 유언내용에 따라 금전 등 기타 재산에 대해 신탁을 설정하거나 유언을 집행하게 된다. 유언자들은 유언서 보관 업무만 위탁할 수도 있으며 필요에 따라 신탁 설정 등 유언집행에 대한 사항에 대해 추가 약정할 수 있다.
신한은행도 10억원 이상 거액고객을 대상으로 '유언ㆍ상속 관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신한은행 관계자는 “유언과 상속 등에 대한 서비스를 통해 당대에 머물고 있는 자산관리를 세대를 뛰어넘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로 만들 계획”이라며 “법률 등을 검토해 계속적인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