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차 "KB카드와 계약 종료"… 할부금융 수수료 전면전 예고

현대차 "올 1000억 넘어… 판매사 생존 위협"

KB "우월적 지위 이용" 공정위에 제소 검토

양측 협상 난항 지속 땐 소비자 피해 불가피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율을 놓고 카드사들과 힘 겨루기를 하던 현대자동차가 KB국민카드에 가맹점 계약 종료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현대자동차가 KB국민카드의 가맹점 계약을 종료하면 2,100만명에 달하는 KB국민카드 고객들은 KB카드로 현대차를 살 수 없게 돼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현대자동차는 23일 KB국민카드에 이달 말 가맹점 수수료 계약기간이 끝나는 대로 계약 갱신을 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두 달 동안 카드 복합할수 수수료 재협상을 요청했지만 KB카드가 사실상 협상을 회피해왔다"며 "계약기간을 한 달 유예해 협상하자는 요청에도 답변이 없어 불가피하게 계약 종료를 통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현대자동차는 "남은 계약기간에 양측이 협상에 노력을 기울여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결론이 도출되면 계약이 지속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복합할부금융은 고객이 캐피털사와 계약을 맺고 할부로 차를 살 때 중간에 카드결제 단계를 끼워넣는 것이다. 고객이 카드로 차를 사면 카드사는 판매사에 차 값을 지급한다. 이후 할부약정을 맺은 캐피털사는 카드사에 돈을 지급하고 고객은 할부대금을 캐피털사에 내는 형태다. 카드로 긁을 때 생기는 수수료 1.9%는 현대자동차가 내는 것이고 이를 캐피털사와 카드사 등이 나눠 갖게 된다.

일반 할부계약으로 차를 사면 되는 것을 굳이 카드결제 단계를 넣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게 현대자동차의 입장이다. 현대자동차 등이 복합할부금융 수수료로 나가는 돈은 연간 1,000억원가량이다. 지난달 초 현대자동차는 카드사들에 공문을 보내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를 지금의 1.9%에서 0.7%로 낮춰줄 것을 요청했지만 카드사들은 이를 거부했다.


현대자동차가 이번에 KB국민카드에 가맹점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KB국민카드부터 순차적으로 카드사 계약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KB국민카드에 이어 BC카드가 그다음으로 계약 만료된다.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는 KB국민카드와 복합할부 수수료 협상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면 다른 카드사와의 협상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KB국민카드의 복합할부 취급 규모가 중위권 수준이어서 충분히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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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복합할부 취급액 규모는 현대카드 1조5,500억원, 삼성카드 1조2,500억원, 신한카드 6,600억원, KB국민카드 3,600억원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의 요청으로 복합할부를 중단한 상태여서 사실상 삼성카드과 현대자동차 간 협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오토금융시장의 과도한 점유율이 다소 줄어들었을 때를 전제로 복합할부금융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의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복합할부가 계속되면 카드 복합할부에 따른 카드 수수료는 올해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향후 수천억원대로 늘어나게 된다"며 "자동차사들의 추가 비용 부담이 대폭 늘어나게 되면서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중소 자동차 판매사들의 생존도 위협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도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6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복합할부 폐지를 건의한 것을 비롯해 한국 GM의 공식 딜러인 삼화모터스와 르노캐피탈·BMW 등도 카드 복합할부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왔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0년만 하더라도 자동차 판매 금융거래 중 4.4%에 불과하던 카드 복합할부 비중은 지난해 14.8%까지 치솟았으며 2010년 164억원이던 복합할부 카드 수수료도 지난해에는 431.7% 증가한 872억원에 달했다.

한편 KB국민카드는 현대자동차가 가맹점 계약을 최종적으로 해지하면 현대자동차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는 이유를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카드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요구하는 것은 다른 가맹점 대비 우대를 해달라는 것으로 이는 관련법 위반"이라며 "공정위 제소를 포함해 다양한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 간의 싸움이 지속될 경우 일반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KB국민카드의 가맹점 계약이 종료되면 KB카드 고객들은 다른 신용카드를 발급 받거나 현금으로 차를 사야 하기 때문이다. KB카드 이용고객 수가 많아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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